게을러지고 싶어 3
- 진짜 나로 살기 시작한 순간
어쩌면 고등학교 때부터
진짜 ‘나’로 살기 시작한 것 같다.
언니와 다른 학교가 되면서
비로소 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언니 동생’이 아니라,
온전히 나로 인정받아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첫 시험에서 반 4등, 전교 10등을 했다.
그리고 글쓰기 대회에서 전교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반을 대표해 글을 쓰는 아이가 되었다.
학교의 행사나 문집이 있을 때면
자연스레 내게 원고를 맡겼다.
수상 기록은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두근거림,
내 이름이 불리던 순간의 감정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시작은 좋았다.
늘 그렇게, 나는 ‘시작’을 잘하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학교 문을 제일 먼저 열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그 시간들.
그리고 고3, 졸업식 날
우등상을 받으며 교무실 앞에 섰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래도 나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런 나를 향한 칭찬은 없었다.
아무도 ‘잘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늘 언니가 기준이었고,
나는 조용히 그 기준을 따라가야 하는 둘째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누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다잡는 법을
그때 배웠던 것 같다.
스스로 일어나고, 스스로 해내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누군가는 그걸 ‘독하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게 나의 청춘이었고,
나로 살기 위한 첫 연습이었다.
나의 열등감을 노력으로,꾸준함으로,습관으로 이겨내려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