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 영어권 영화를 보면 그들만의 마침표인 듯 I love you를 자주 말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로 말할 땐 어색하지 않은데, 한국어로 사랑해란 말은 괜히 쑥스럽고 낯간지럽다.
나의 고해성사
어떤 대상에게 가장 많이 사랑한다고 하나요?
1. 반려동물
2. 친구
3. 가족
나의 사랑해 순위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난 모습들도 이해해 주고 나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주는 평생을 함께할 가족들인데 가장 표현을 아끼고 있었다.
터닝포인트
지난달 퇴근길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외할아버지는 평소 파킨슨병과 싸우고 계신데, 최근 들어 더 심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할아버지는, 만 89세이지만 씩씩함은 청소년 못지않다. 소소한 취미는 매주 목요일 동대문의 명당에 가서 로또를 수동으로 사 오시고 월요일 아침 모두가 집을 비웠을 때 몰래 당첨 번호를 확인하시는 거다. 내가 아는 할아버지들 중 가장 귀여운 사람이다. 외할아버지는 이 취미를, 이 루틴을, 이 단골 명당을 10년 넘게 다니셨다. 지난주도 어김없이 로또를 사러 가시는데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길 한복판에서 길을 잃으셨다. 한참을 이모랑 통화하면서 우셨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이 얘기를 듣고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할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했다.
위기의 상황이 오고 나서야, 그제야 나는 용기를 내서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사랑해”라는 습관
죽기 전, 누구는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고 하고, 누구는 큰 사건 사고들이 생각난다고 하고, 또 누구는 자신의 잘못과 후회들이 생각난다고 한다.
정답은 직접 경험하지 않는 한 알 수 없고,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가 죽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더 말해줄걸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아껴서 좋을 것도 없는데, 부끄러움을 떨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다 사라지고 난 후에 후회하면 아무 소용없으니, 지금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