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i Oct 23. 2024

라싸, 그리운 마음의 고향


 티베트에 다녀온 사람들은 티베트에 뭐 하나 빠뜨리고 왔다고, 영혼 한 조각을 두고 와서 계속해서 티베트를 그리워하게 된다는 얘기를 한다.  정말로 그렇다. 2007년 티베트 여행 이후 수많은 곳을 누볐지만 마음 한편에는 히말라야, 티베트, 황량한 고원에 대한 그리움이 늘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 울고 싶어지는 황량한 산, 오색창연한 티베트 사원과 기도 깃발, 그리고 신실한 사람들. 언젠가 다시 가야지 하면서도 지금처럼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여행허가증 받고, 정해진 가이드와 정해진 루트로 가는 게 내키지 않아 카일라스는 더 좋은 때로 아끼고 있다.


 내 집처럼 편안하고 마냥 좋았던 라싸.  



 나는 라싸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오목을 두었다. 깜짝 놀랄 만큼 고사성어를 많이 알고 어휘력이 풍부하던 친구는 블로그에 여행 일기를 쓰고 있었고, 그 모습을 친구가 사진으로 담았다. 연거푸 몇 판을 진 내가 계속해서 진다고 투덜대자 같이 오목을 두던 친구가 말했다.


 "너는 전심을 다해 두지 않았잖아."


 그 친구는 그런 사람이었다. 매사에 성실하고 진실 돼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품을 칭찬하게 되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다 같이 포도를 한 송이 사서 먹는데 맛있을 줄 알았던 포도가 영 맛이 없었다. 우리는 한 두 개 먹어보고는 포도에 손대지 않았는데 천천히 몇 개를 더 따 먹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계속 먹다 보면 맛있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 번에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라싸를 떠날 때 소중한 기억들을 그곳에 묶어두고 떠났다.  


 6개월가량 후 베이징에 갔다가 그 친구를 한 번 더 만났다. 그때 나는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사진 일을 하고 싶어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는 또 한 번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줬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적극 응원한다고. 부모님과 가족은 나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이후 몇 번인가 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았지만 십 년이 넘도록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아마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예전과 똑같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나를 진실되게 대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억들은 퇴색되지 않게 꽁꽁 싸매 그대로 묻는 게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좋았던 기억만 갖고 그 친구의 남은 인생을 축복하고 안녕을 비는 게 더 나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전 05화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