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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여우 Sep 13. 2024

엄마, 그리운 이름

엄마를 보내드리다

엄마를 보내드렸다.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보내드렸다.

엄마의 지난한 삶이 서러워서 엄마의 야윈 몸에 기대어 서럽게 울었다.

자식을 사랑하고 그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끝까지 아파하셨던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엄마는 근 10년을 파킨슨 병으로 고생하셨다. 

처음엔 걷지 못하셔서 보행 훈련을 하고 그래도 걷지 못하는 것만 문제였지만 건강하셨다.


파킨슨병은 약을 복용하면 치매를 동반하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알츠 하이머와 파킨슨으로 힘들어하셨다.

골다공증도 심하신 편이라 보행이 불편하니 넘어지면 바로 골절되고 깁스 아니면 수술을 해야만 했다.

몸의 떨림이 점점 심해졌다.

병원을 들락날락하는 사이 엄마는 점점 쇠약해지셨다.


얼굴에 종기 때문에 통원치료를 할 수 없어 택한 병원에서 엄마는 치료 중 폐렴에 걸리고 식사를 못하시게 되면서 콧줄을 끼고 우리는 엄마와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정해진 시간에 형제들과 아버지와 번갈아가면서 엄마를 만나러 갔다.


엄마를 찾아간 날 엄마는 딴 소리를 하셨다.

내 침대가 아니라고 엄마 이건 엄마 침대고 엄마가 덮던 이불이라고 하니 아니라고 고집을 부리셨다.

간병인 말이 전날부터 그러셨다고 한다.

엄마한테 찬찬히 얘기하니 그래 그러면서 받아들이셨다.

그러시더니 "속이 별로 안 좋아 이러다 죽을 거 같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속이 어떻게 안 좋은데, 언제부터 안 좋은 거야? 간병인이랑 간호사 의사한테 이야기 해어?"

"아니 말 안 했어 며칠 전부터 그랬는데 그냥 느낌이 이상해. 다른 때랑 달라."

"엄마 좀 이상하면 간병인이랑 간호사한테 얘기해야지 " 그러면서 나는 엄마 배를 살살 문질러드렸다.

그 옛날 엄마가 내 배를 문지른 것처럼.

엄마는 괜찮아졌다고 하시면서 "난 니가 안쓰럽다. 네 생각을 하면."

"내가 왜 안쓰러워 쓸데없는 소리 하시네.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해. 다른 거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아니, 맨 날 나 때문에 이렇게 병원 다니고 돈 쓰고."

엄마는 안쓰러울게 하나도 없이 잘 살고 있는 나를 안쓰러워하신다.

당신 때문에 자식이 왔다 갔다 하는 걸 항상 마음에 걸리셔하셨다.

자식을 옆에 두고 싶어 하시면서  항상 미안해하셨다.

 

손을 만졌더니 손톱이 길어졌다고 하셨다.

 "지난번에 깎아드렸는데 그리 길지 않아. 내가 다음 주에 깎아 드릴게." 그리고 엄마와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엄마가 며칠 전부터 속이 안 좋았다고 하니 주의 깊게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저녁에 병원서 전화가 왔다 

점심 드신 걸 토하시고 조금 괜찮아 저녁을 조금 콧줄로 드셨는데 토하셨다고 그러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단다.

병원이 집 근처라 달려갔다.

엄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계셨다.

병원서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음날은 조금 회복되는 듯이 고개도 끄떡이셔서 좀 안심을 했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

당신 자식들이  다 왔을 때, 우리 아들을 특히나 예뻐하셨던 엄마는 우리 아들 내와가 들어오자마자 숨을 거두셨다.

엄마의 얼굴이 이쁘게 변했다. 

지금껏 그렇게 엄마가 편하게 보였던 적이 있었을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편한 얼굴이 되셨다.

순간 나는 엄마가 너무 고마웠다.

가시는 순간까지 우리들에게 당신의 고운 얼굴로 하늘을 여행하러 가심을 알려주셔서.

우리 자식들이 마음 아프지 않게 끝까지 우리에게 선물을 주셨구나 싶었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엄마만 생각하면서 사세요. 엄마~"


다시는 부를 수 없는 엄마 그리운 엄마는 그렇게 가셨다.

항상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엄마의 죽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마의 고통이 마음 아파서 어쩌면 돌아가시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엄마의 부재는 큰 상실이었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금도 불쑥불쑥 엄마가 그립다.

그리운 나의 어머니 

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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