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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모아 Sep 07. 2022

짐이 짐이 될 때

비워내기

2022년 9월 7일 오후 2:40


또 비행기를 탈 일이 생겼다.


언제나 여행은 설레지만 그 여행을 위해 짐을 싸고 푸는 과정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산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짐을 쌀 때만 되면 왜 이렇게 위선자가 된 것 같은지.


그도 그럴 것이 4년 전 호주에 와서 소소하게 친구들의 웨딩, 임직원 파티, 면접에 참가하다 보니 1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 한 옷, 신발들이 나도 모르는 새 캐리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정장, 드레스 같은 경우 가격이 세 자리 숫자를 넘어가는 옷들이라 그냥 버리기도 뭐하고. 부랴부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올렸건만 도통 연락이 오질 않는다.


이번 숙소에 이사와서 미처 다 풀지 못한 눈앞의 캐리어 4개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아, 이 짐에서 해방되고 싶다'.


짐(luggage)이 짐(burden)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감당 안 되는 내 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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