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엔과 필군의 함께 쓰는 결혼준비 기록 - 1
Prologue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2023년 2월.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결혼준비의 시작은 히엔이 이야기했던 그날이 아니었다. 나의 마음은 크리스마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내 계획상에서는 그날이 프러포즈를 하는 날이었는데… 반지 배송과 이런저런 이유로 그날은 실패했다. 다만 묵었던 숙소의 날적이에만 기록되어 있을 뿐. 지금은 히엔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결혼준비의 시작
필군과 나는 근무패턴이 다르다. 나는 보통의 사무직으로 월-금요일에 일하지만 필군은 일정에 따라 유동적이다. 그날은 어느 평범했던 금요일. 필군에게 먼저 웨딩베뉴를 찾아봐 달라고 살짝 부탁했다. 왜냐하면 그날은 필군의 휴일이었기 때문.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메신저로 15장 정도의 스크린샷이 도착해 있었다. 와우! 이것이 결혼 준비의 시작이었다.
사실 필군의 리스트를 보고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꽤 잘 찾는데…? 한 곳 한 곳 다 예쁘고 각각의 개성이 느껴지는 곳들이었고, 나도 중간중간 한두 군데 더 찾아서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리고 서로 마음에 드는 곳들을 공유하였는데 액셀로 정리해 보니 어느새 10곳 정도나 정리가 되었다. 연락하여 자세한 상담을 받아봐야겠지만 결국 이 중에 많아봤자 2-3곳 정도가 남겠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결혼식 자체에 대해 디테일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특별한 로망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필군과 한옥웨딩이라던가 하우스웨딩이라던가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보통 어떤 스타일들의 예식장이 있고 대관료가 어느 정도이고 등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잘 모르던 나였다. 그런 내가 이렇게 웨딩베뉴를 찾고 있다니…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웨딩베뉴를 검색하다 보니까 희한하게 즐거워지면서 결혼식 준비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필군이 들으면 후훗-하고 미소 지을 일이군.
그녀가 부탁한 웨딩베뉴 리스트를 위해 조금씩 캡처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쁜데? 좋은데? 색다른데? 생각하며 온갖 장소를 싹 모으고, 식대, 편의시설, 대관료, 연계된 기타 등등은 생각지도 않았다. 오로지 분위기만 보고 식장을 골랐을 뿐. 고르다 보니 사실 히엔에게 보낸 곳은 캡처한 곳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놀란 건 이렇게나 식장이 많다고? 결혼을 이렇게들 많이 한다고? 이런 사실에 놀랐다. 이제 캡처해 둔 곳 중에서 대관료를 생각하고 다시 한번 채에 걸러서 히엔에게 전송!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나와 혈육으로 엮이지 않은 누군가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사랑으로 엮여져 가는 과정, 그리고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로망. 이미 히엔은 알고 있겠지만, 그런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히엔이 결혼에 대한 로망이나, 굳이 결혼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설득하고 얘기하고 대화하다 보면 그 생각도 변하리라 믿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도전(?)했고, 결혼에 대한 승낙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왜 후훗 하고 미소를 지을 거라 생각하는 거지…? 이미 캡쳐본을 보는 너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는 걸? 그런 의미에서 히엔은 자신의 생각이 표정에 잘 드러나는 편이다. 숨기기가 힘들지. 피곤한 것, 신기한 것, 궁금한 것 대부분 모든 게 얼굴에 티가 난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