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지구과학 이야기
갑자기 콩이 처치곤란이란다. 정부가 아무 생각 없이 논에 벼 대신 콩을 재배하도록 장려하고 수매까지 했는데, 마땅한 소비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5년 8월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논콩 재배 면적은 3만 2,920ha로 추산되는데, 이는 작년(2만 2,438ha)보다 46.7%나 늘어난 면적이다. 정부가 2023년부터 논콩을 ‘전략작물’로 지정하고, 쌀 대신 심으면 1ha당 200만 원의 직불금을 줘서 너도나도 콩을 심은 결과다.
게다가 논콩은 농민이 원하면 전량 수매해 준다. 수매가 안 되는 대체작물은 농민이 쳐다도 안 볼 테니 말이다. 이에 따라 콩 재고량은 2025년 초에는 2024년 4만 9,000t 대비 80% 가까이 늘어난 8만 8,000t에 이르렀다. 그러면 콩을 많이 먹으면 되지 않냐 할 텐데, 정부의 국산 콩은 kg당 5,000원대인 반면, 수입콩은 1,400원대라고 한다. 정부에서 이마저도 국산콩이 넘친다고 수입물량을 줄여 영세 두부공장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가뜩이나 식탁 물가가 오른 소비자는 더 비싼 두부를 먹게 생겼다.
이에 정부는 논콩 재배면적과 수매에 대한 정책을 조정하려고 하는데, 이게 또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논에 단순히 벼 대신 콩을 심어서 되는 게 아니고 장비도 사고 농사 방법도 바꿨는데 이게 다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도 볼맨소리가 나오는데, 원산지표시 변경, 포장재 변경은 물론, 국산콩으로 바꾸면 제품의 식감이 달라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동이 생기는 이유는 쌀 수요가 줄어 재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논 전환
정부는 쌀 과잉 공급 해소 및 곡물 자급률 향상을 위해 콩, 가루쌀, 조사료 등 타작물로의 재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18~2020년까지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2023년 이후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콩 전환이 가장 많고 가루쌀과 조(鳥) 사료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작물별 비중은 논콩이 전환 작물 중 69%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다. 그 외에 가루쌀(6%), 조사료(6%) 등이 주요 전환 작물로 선정되었으며, 배추나 무와 같은 기타 작물도 일부 1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 수요는 식습관 변화, 서구식 식단 확산, 외식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4년 55.8kg으로, 1994년의 120.5kg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쌀 수요의 감소 원인은 소득 수준 상승으로 육류 소비가 늘고, 서구식 식단이 확산되면서 쌀 의존도가 낮아졌고, 집에서 밥을 지어먹는 대신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지목된다. 거기에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탄수화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쁜 생활 습관 등으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3끼 중 한 끼를 안 먹으니 아침 결식만으로도 쌀 소비가 단순 계산상 33%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쌀 탄수화물은 다당류인 복합 탄수화물이다. 그래서 빵, 면류, 과자 등에 들어있는 단당류인 단순 탄수화물보다 소화 흡수가 더디게 진행되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아 비만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게다가 쌀은 콩보다도 우수한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함유하고 있다. 한식은 보통 맨밥만 먹는 게 아니고 다른 반찬과 함께 먹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빵 보다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현미 등을 먹으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왔다.
타작물로의 전환 등 이런저런 이유로 논농사 면적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줄어들면서, 논이 가진 순기능인 막대한 물 저장 기능 또한 축소되고 있다. 이는 홍수 및 가뭄 조절 능력 약화로 이어져 국가 물 관리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논 면적은 쌀 소비 감소와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2013년 약 89만 헥타르(ha)에 달했던 논 면적은 2023년에는 약 76만 4천 헥타르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약 12만 6천 헥타르, 즉 여의도 면적(290ha)의 약 434배에 달하는 논이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감소세는 매년 계속되고 있으며, 쌀 재고 누적 문제와 맞물려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논은 단순한 경작지를 넘어 거대한 '자연 댐'의 역할을 한다. 논둑에 물을 가두는 담수 기능 덕분에 홍수 시에는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장해 하류의 홍수 피해를 줄여주고, 가뭄 시에는 저장된 물이 지하수로 함양되어 수자원을 보충하는 중요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논이 줄어들면 논을 통해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의 양이 줄어들어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이는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논은 물이 머무는 동안 질소, 인 등 오염물질(또는 비료)을 정화하는 기능도 수행하는데, 논 면적 감소는 이러한 자연적인 수질 정화 능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증가하는 녹조현상의 일부는 논 면적 감소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논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약 27억 7천만 톤으로 추산하며, 이는 소양강댐 저수용량과 맞먹는 엄청난 양입니다. 지난 10년간 사라진 논 면적(약 12만 6천 헥타르)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약 3억 8천만 톤에 달하는 물 저장 공간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팔당댐의 총 저수량(약 2억 4천4백만 톤)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2025년 1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아침 식사 결식률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아침 식사 결식률(1세 이상)은 2014년 24.1%에서 2023년 34.6%로 최근 10년간 약 10% 증가했다. 2023년 기준 19~29세 결식률은 57.2%로 다른 연령군에 비해 가장 높게 나왔다.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국민 중 아침식사를 실천하는 비율은 2019년 53.4%에서 지난해 47.5%까지 떨어졌다. 세상살이가 점점 건강에 도움이 안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해 걱정이다.
아침을 먹는 게 건강에 유리한 이유는 뇌 활동 촉진, 비만 예방, 혈당 조절, 신진대사 활성화, 영양소 섭취 균형, 그리고 변비 예방 등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잠자는 동안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여 집중력과 사고력을 높이고, 점심과 저녁의 과식을 막아주어 비만을 막아준다. 또 규칙적인 아침 식사를 통해 하루의 영양 섭취를 균형 있게 할 수 있으며, 위산과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장운동을 활성화하여 변비 예방 및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정부도 갈팡질팡하지 말고 입체적으로 판단하여 벼농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논농사는 우리의 자연환경에 가장 적합한 영농방식이고 전통적인 치산치수 대책이다. 환경 단체들도 환경보호를 위해 개발을 반대하는데 이렇게 우수한 기능을 가진 사라져 가는 논은 왜 회복시키려는 관심을 가지 않는 걸까 잘 모르겠다.
아침만 밥으로 먹어도 쌀 소비도 늘어나고, 국민 건강도 증진되고, 논도 보존되고, 물그릇이 늘어나 가뭄과 홍수 조절에도 기여하게 된다. 폭우와 가뭄만 탓할 게 아니라 자연도 보호하고 내 몸도 살피는 아침밥을 먹도록 하자. 그것도 찰진 우리 쌀로 만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으로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자연과 환경을 살리고 보호하는 가장 쉬운 첫걸음이다.
참고문헌
유경수, 흙의 숨, 김영사, 2025.8
통계청, 202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 발표 자료
질병관리청, 아침식사 결식률 추이, 2014–2023년, Public Health Weekly Report 2025; 18(2): 103-104
Published online January 9, 2025
https://doi.org/10.56786/PHWR.2025.18.2.4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