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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은 아니지만, 맛있는 안주를 찾아서...

생활 주변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술이 당기는 경우, 보통 안주를 먼저 골라야 한다. 의사들의 권유에 의하면 술안주는 단백질이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 포유류로 할 것인지, 조류나 어류로 할 것인지를 고르면 될 것 같다. 그래봐야 포유류는 소나 돼지(양도 선택할 수 있다)이고 조류는 닭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동네에나 횟집이 있게 마련이다. 말이 횟집이지 단순히 어류만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동물군을 만날 수 있다.


그리하여 만나게 되는 안주는 광어, 우럭에 제철에 잡히는 어류가 그것이다. 회로 먹거나 구워 먹거나 탕에 넣어 먹으면 된다. 입맛을 다시며 잘 살펴보니 메뉴 한구석에 해산물 모둠이라는 것이 있다. 메인으로 내세우기는 그렇지만 그야말로 바다의 향취를 듬뿍 전해주는 친구들이다. 이게 또 사람마다 호불호, 선호가 달라서 재미있다. 오늘은 제철을 맞은 색다른 안주 이야기다.


해산물 모둠, 위키미디어: Choi Kwang-mo


해산물 모둠을 생물학적으로 분류하자면 어류는 아니다. 문어나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도 아니다. 마구잡이로 어패류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아니다(일부는 패류 기는 하다). 그럼 뭘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등뼈의 유무에 따라서는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이고 하위분류로 연체동물(문어, 전복(복족류), 조개(이매패류)), 절지동물(새우, 게), 자포동물(해파리, 산호), 환형동물(지렁이), 척삭동물(멍게.. 이건 척추동물이네), 의충동물(개불) 그리고 극피동물(몸에 극이 있는 동물, 해삼, 성게)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하나 맛보자.


전복


전복, 위키미디어: Pauloleong2002

전복(全鰒, abalone)은 연체동물문, 전복목, 전복과(Haliotidae), 전복속(Haliotis)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총칭이다. 흔히 '바다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매우 유명하다. 자산어보에는 복어(鰒魚)로 기록하였고, 본초강목에는 석결명이라 하였고, 구공라(九孔螺, 아홉 구멍이 난 조개)라고도 쓴다. 순우리말로는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귀조개라고도 한다. 껍데기의 안쪽은 탄산칼슘과 단백질이 번갈아서 치밀하게 쌓인 진주층 구조에서 광택이 나서 나전칠기(자개)의 원료로 쓰인다.


몸길이는 2-30cm이며, 모양은 긴 타원형이다. 전복은 넓적한 근육성 발이 있어 바위에 붙어 치설로 식물(주로 다시마)을 갉아먹는다. 발은 크고 넓으며, 머리에는 한 쌍의 더듬이와 눈이 있다. 암수딴몸이지만 외부 생식기는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장인 생식선(生殖腺, 게우)이 황백색이면 수컷이고 녹색이면 암컷이다. 즉 내장 색으로 자연산이나 양식으로 구별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암초가 많은 수역에서 딱 붙어 서식하기 때문에 섬이나 육지에서 가까운 암초 수역으로서 해수가 깨끗하고 갈조류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보통 우리가 먹는 전복 양식이며 북방전복(Haliotis discus) 계열의 참전복이다. 가장 맛있는 때는 12월 중순 이후부터 이듬해 6월까지이다. 날로 먹으면 조금 질긴 게 식감에 좋고 쪄서 먹으면 부드러워 좋다. 오분자기는 전복 새끼가 아니라 다른 종이다.


해삼


해삼, 위키미디어: seanpmyers


해삼류(海蔘類, sea cucumber)는 극피동물문 해삼강(Holothuroidea)에 속하는 해양무척추동물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산에는 산삼, 밭에는 인삼, 바다에는 해삼이라고 귀하게 쳐준다. 게다가 정말로 사포닌 성분의 홀로수린(holothurin)도 많다. 회, 볶음, 찜, 탕 등으로 먹으며 보양식으로 인정해 준다. 고생대 실루리아기 초반인 4억 3천만 년 전 영국 헤리퍼드셔주의 퇴적층에 화석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생물종이다.


이축방사대칭이고 오이모양(그래서 영어명이 seacucumber다)이며 완(다리)과 가시는 없다. 옆으로 다니기 때문에 입과 항문은 서로 반대쪽에 있고 이차적으로 좌우대칭이 된 동물이다. 입 주위에는 촉수가 있다. 석회질의 작은 골편*이 두터운 체벽근육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극피동물이다. 암수딴몸 또는 암수한몸으로서 체외수정을 한다. 세계적으로 1100종 정도가 밝혀져 있다. 해삼의 수명은 야생에서 약 5년에서 10년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나이를 측정할 방법이 없고, 양식도 안된다.


* 골편(骨片, spicule): 해면동물 등의 몸속에 있는 작은 뼛조각. 침골이라고도 함. 하등 한 무척추동물의 몸속에 탄산칼슘이나 규산 분비되어 생성됨. 현미경으로 보아야 할 정도로 매우 미세함.


해삼은 수온이 25℃ 이상되면 활동을 멈추고 여름잠(夏眠)을 잔다. 그래서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가 제철이고 동지 전후가 가장 맛있다. 회전이 빠른 이자카야에 가면 나오는 것 중 해삼 내장 젓갈인 고노와타(海鼠腸, このわた)가 있는데, 향이 강하고 맛있어 별미이다. 고노와타를 빼면 해삼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중국으로 해삼을 수출할 때 내장은 안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삼겹살 먹듯 일본 내에서 여러 가지 음식으로 소비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용하는 것은 돌기해삼이다.


멍게


멍게, 위키미디어: ProjectManhattan

멍게 또는 우렁쉥이(sea pineapple, 학명: Halocynthia roretzi)는 척삭동물문 해초강 측성해초목 무척추동물이다. 부드러운 속살을 가지고 있으며 바깥은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우렁쉥이’만 홀로 표준어였고, ‘멍게’는 방언이었지만, 이제는 ‘멍게·우렁쉥이’가 모두 표준어이다. 이름만 게지 우리가 아는 갑각류 게가 아니다.


멍게는 유생일 때에는 올챙이 모양으로 헤엄쳐 다니다가 바위에 붙거나 해저바닥의 흙속에 파묻혀 성체로 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성체가 되면 유생일 때 갖고 있던 자신의 뇌를 소화시킨다. 유생일 땐 뇌를 이용해 먹이를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성체는 어딘가에 붙어서 더 이상 에너지 소모가 많은 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통은 보통 붉은색 또는 오렌지색을 띠며 표면에는 돌기가 나있다. 위쪽에는 바닷물을 들이는 입수공(+ 모양)과 출수공(- 모양)이 있는데 이를 통해 각종 유기물, 플랑크톤을 걸러서 먹는다. 아래쪽에는 뿌리 모양의 돌기가 있어 서식하는 곳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렇게 일평생을 유유자적 놀고먹어서 '테뉴어 받은 교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웅동체인 멍게는 가을부터 봄철이 번식기, 산란기라 맛이 없고, 5월쯤 들어서 초여름부터는 제철의 맛이 난다. 양식인 경우 2년 정도 키워야 먹을만하다. 멍게는 특유한 향, 상큼하고 쌉쌀한 맛과 단맛이 나서 정말로 바다 맛이 난다. 이는 불포화알코올인 신타올(cynthiol) 때문인데 다량 함유된 글리코겐으로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신타올은 수온이 올라가면 글리코겐의 함량이 많아져서 맛이 좋게 된다. 자연산인 경우 3년 이상 된 것은 20cm 정도로 크게 자라기도 한다. 수명은 5~6년이다. 우리가 식용으로 많이 접하는 멍게는 보라판멍게(꽃멍게)와 끈멍게(돌멍게), 붉은멍게 정도이다


척(미)삭동물인 멍게는 배아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구조를 가지며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인간의 초기 진화 관계의 연구에 많이 사용되었다. 유전자도 적어 게놈분석도 빨리 됐다. 고형물에 부착되면 척삭은 사라지고 뇌도 없어져 식물같이 변한다. 통영 지역에서 양식이 많이(국내 생산량의 70%) 되는데 '물렁병'이 돌면 생산이 줄어들고 일본 도호쿠산을 수입했었다.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본 해산물 수입이 금지되었다가 최근에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사람도 잘 못 먹는 해산물이다.


성게


성게, 위키미디어: Rjcastillo


성게류(sea urchin)는 극피동물문 성게강을 이루는 동물의 총칭이다. 성게류는 둥글고 몸 전체에 가시가 나 있어 밤송이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밤송이조개라고도 부른다. <자산어보>에서는 보라성게를 '율구합(栗毬蛤)'이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니'라고 부른다. 내부는 탄산칼슘 성분의 두꺼운 골판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단단한 껍데기를 이루며, 그 위에 얇은 표피가 덮여있다. 표피 위에 가시가 나 있고, 빨대 모양으로 생긴 발(관족)이 붙어 있다. 가시와 관족(tube feet, 빨대처럼 생긴 발)을 사용해서 움직이며, 가시는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약 940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 해역에서는 약 30종이 알려져 있다. 몸의 형태는 구형, 반구형, 심장형 또는 편평한 반상(盤狀)이고 불가사리류와는 달리 팔(완)을 가지지 않는다. 입은 몸의 아랫면 복판에 열려 있고 항문은 입과 반대쪽인 윗면 또는 뒷면에 열려 있다. 기관 배열은 다섯 방향으로 대칭을 이룬다. 입이 있는 부위를 위구부(圍口部)라고 하며 이곳의 가시는 이로 변하고, 안에 이빨 역할을 하는 저작기(咀嚼器)가 있다. 소화관은 길고 단순한 관이며, 몸속을 돌고 있다. 성게류는 종류에 따라 식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종류가 암석을 덮는 해조나 고착성 동물을 먹는다. 자웅이체이고 다섯 개의 생식선이 각 간보대의 안쪽에 한 개씩 붙어 있다.


보라성게, 분홍성게, 말똥성게 등은 생식선에 독특한 향기가 있어 날것으로 먹거나 젓갈을 담가 술안주나 반찬으로 먹으면 별미다. 씁쓸한 맛이 있는 알은 술안주로 쓰이거나 초밥에 얹어 먹기도 하며, 죽을 끓여 먹는다. 5∼6월 사이 보라성게가 많이 채취되고 말똥성게는 10월에서 3월 경인 겨울이 제철이다. 해조류의 뿌리를 갉아먹어 백화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개불



개불, 위키미디어: J. Patrick Fischer


마지막으로 분류가 가장 어색한 의충동물 개불(Urechis unicinctus)이다. 말 그대로 개의 불알이라는 뜻이고 일본어로는 유무시(ゆむし), 영어로는 페니스피시(penis figh)라고 한다. 고려말 요승 신돈이 정력 강화제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고려 우왕이 공민왕의 아들이 아니라 신돈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는데 개불의 효과인지는 밝혀진 바는 없다.


의충동물(蟻蟲動物, Echiura)은 해양성 무척추동물로 작은 동물 분류군이다. 예전에는 환형동물의 일부로 간주했지만, 환형동물과 같은 체절이 발견되지 않아 과거 충동물문이라는 별도의 분류군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DNA 염기 서열을 통한 계통 분류학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의충동물과 유수동물의 분류학적 위치는 환형동물 내에 놓인다. 환절이나 체절의 구분이 불분명하며, 강모도 몸의 정단 쪽에 한정되어 있고 눈은 퇴화되어 없다.


한 번만 보면 잊기 힘들 외모에 표면은 미끌미끌하다. 전 세계에 70여 종이 분포한다. 개불·보넬리아 등이 이에 속한다. 몸이 자유로이 수축되고 늘어나서 표준 길이가 의미가 적고, 입 밖에 납작한 주둥이가 있는데 이 속에 뇌가 들어 있다. 자웅이체이고 수중에서 채외수정을 한다. 연안 모래흙속에 U자 터널은 파고 작은 개펄동물들이 같이 더부살이하는 경우(편리공생)가 많다. 한때 '빠라뽕'이라는 불법 어로장비로 남획이 되었으나 요즘은 쓰면 잡혀간다. 겨울(11~2월)이 제철이다.




해산물은 인류 문명의 태동기 시절부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아마도 인간이 처음으로 먹은 살아있는 동물성 단백질은 전복, 해삼, 멍게, 성게, 개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다른 놈들은 도망가거나 덤비거나 물거나 하기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이들의 맛은 태고의 맛일 것이다. 이들은 얻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동일하다. 가서 줍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전망은 장밋빛은 아니다. 인간이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라기보다는 그 서식환경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기후변화로 해수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 산란 및 거주장소도 변하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멍게에겐 더욱 그렇다. 어린이들이 흔히 '바보멍청이해삼멍게말미잘'이라고 친구를 놀리기도 한다. 욕먹는 대상이 이들처럼 뇌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결코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존재들이 아니다.


벌써 맛있는 바다의 향취가 입안에 감돌지 않는가? 돌아오는 여름에 이들도 잘 살아서 맛있는 안주로 만나기를 바란다. 그런데 술 먹다가 안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는 보장 못한다. 알아서 하시길...


참고문헌


1. 나무위키, 위키백과

2. 4억 3000만 년 전 해삼의 조상 화석 발견, 동아사이언스, 2019.04.30

3. 서영찬, 사카나와 일본, 동아시아, 2024년 9월

4. 황선도,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서해문집, 2017년 4월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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