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 이야기활 속 과학 이야기
노벨상 후보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으며, 매년 10월 초에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예측만 가능하다. 하지만 과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들과 위고비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자.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야나 연구자들이 꾸준히 후보로 언급된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glucagon-like peptide 1) 연구는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인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의 기반이 된 GLP-1 호르몬 연구로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인 조엘 하베너(Joel Habener, 88) 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프(Svetlana Mojsov, 77) 미 록펠러대 교수, 그리고 로테 비에레 크누센(Lotte Bjerre Knudsen, 61 ) 노보노디스크(덴마크 제약사) 최고과학고문등이 자주 거론된다. 특히 모이소프 교수는 GLP-1의 활성 형태를 규명했고, 하베너 교수는 GLP-1을 발견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의 연구는 비만과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위고비의 기반이 된 GLP-1 연구자들은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이나 '래스커상(Lasker Award)' 등 권위 있는 상들을 이미 수상했다. 특히 래스커상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노벨상 등용문'으로 불린다.
소화계와 혈당 수치는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glucagon-like peptide 1)에 의해 조절된다. 소장은 음식을 섭취하면 GLP-1을 분비하는데, 이는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GLP-1은 위의 공복감을 억제하고 뇌에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음식 섭취량을 줄인다. 또 GLP-1은 췌장에서 그리고 GLP-1은 췌장에서 혈당 수치를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여 혈당을 낮춘다.
GLP-1은 음식 섭취에 반응하여 주로 소장의 L-세포에서 생성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이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포도당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GLP-1은 프로글루카곤 유전자에서 유래되며, GLP-1(7-37)과 GLP-1(7-36)라는 두 가지 주요 형태로 존재하며, 둘 다 생물학적으로 활성이 있다.
1980년대 초, 하베너 교수는 동물의 식욕을 줄이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GLP-1, 2의 존재를 발견했다. 모이소프 교수는 장과 췌장에서 발견되는 각각의 GLP-1 중에서 GLP-1(7-36, 7-37)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매개체임을 밝혀냈다. 크누센 고문은 GLP-1에 지방산 사슬을 추가해 구조를 안정화시켜 주사 후 빠르게 분해되지 않고(원래는 체내에서 2분 만에 분해) 배출이 지연되는 약품으로 개발했다.
인용된 그림에 등장하는 DPP-4는 '디펩티딜펩티다제-4'의 약자로,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크레틴(예: GLP-1)을 분해하는 효소이다. DPP-4 억제제는 이 효소를 차단하여 인크레틴의 작용 시간을 늘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경구용 혈당강하제이다. 이 약제는 부작용이 적고 저혈당 위험이 낮으며,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도 사용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DDP-4가 쉽게 인크레틴을 분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GLP-1 계통의 비만치료제이다.
Liraglutide 성분은 삭센다(Saxenda)이고 Semaglutid 성분은 위고비이다. 삭센다는 지방산이 붙어있지 않아 분해저항성이 적어 매일 맞아야 한다. 둘 다 노보노디스크 제품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로 먼저 당뇨 치료제 오젬픽을 개발했다가, 나중에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돼 비만약 위고비를 출시하였다. 위고비는 소화 속도를 늦춰 적은 식사로도 더 오래 포만감을 제공한다. 위고비가 미국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미국 일라이 릴리를 비롯한 여러 제약사가 GLP-1 계열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질 대사 유전학 연구분야에서 심혈관 질환 치료를 위한 지질 대사 유전학 연구를 한 조나단 코헨(Jonathan Cohen) 교수와 헬렌 홉스(Helen Hobbs) 텍사스 대학교 교수가 후보로 언급되기도 한다.
단백질 상 분리(Protein Phase Separation) 연구로 세포 내 단백질이 액체-액체 상 분리 현상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개념을 개척한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안토니 하이먼(Anthony Hyman) 박사도 후보로 오르내린다.
옵토제네틱스(Optogenetics)이란 조금 특이한 연구를 통해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인 이 분야 선구자인 스탠퍼드 대학의 칼 데이서로스(Karl Deisseroth) 교수가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기술은 뇌과학 연구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고비(Wegovy) 자체는 약품명이므로 노벨상의 직접적인 수상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가장 중요한 생리학 또는 의학 분야의 발견을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므로, 노벨상 수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발견"이다.
노벨상은 보통 응용 연구보다는 기초 연구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위고비의 기반이 된 GLP-1의 발견과 그 작용 원리를 규명한 연구자들이 수상 후보가 되는 것이다. 위고비는 호르몬의 생리적 작용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에 응용한 기초 연구의 결과물이고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 공헌도와 시의성이 매우 크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2023년 약 190억 달러에서 2028년 약 373억 달러, 2030년에는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역시 2023년 1,780억 원에서 2025년 상반기 2,718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특히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의 출시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은 GLP-1의 발견과 효능을 밝혀낸 연구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미 압도적인 임상결과가 쌓여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그 용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비만에 따라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경우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져라는 것에 대체적인 의견이 모여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비만의 기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서, 사용을 중지하면 당연히 체중은 늘어나게 되어있음을 명심하고 맹신 하지 말아야 한다. 혹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도 말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