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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은 만원

우리 주변 과학이야기

by 전영식


한 뼘 거리 금속 외판 너머 우주는 그저 영원 속으로 펼쳐진다.


2024년 부커상 수상작 서맨사 하비의 <궤도>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는 6명의 우주비행사의 감정과 심상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 열여섯 번의 일출과 일몰을 겪으면서 무덤덤하게 지구를 보며 인간과 지구를 생각한다. 매일 사라지는 근육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씩 페달을 밟고 있다. 이들은 아홉 달쯤 머물 것이다.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전부나 다름없다. 이들은 부유하는 가족이다.


국제우주정거장(國際宇宙停車場, International Space Station, 이하 ISS)은 1998년 건설을 시작한 다국적 우주정거장이다. 현재 질량 420톤이며 계획대로 완성되면 470톤이 된다. 길이 108.5m, 폭 72.8m의 축구 경기장 크기인데 대충 T자 형태로 되어 있고 듬성듬성 상하좌우로 모듈 및 구성요소가 붙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큰 우주비행체이며 가장 비싼(설치비용 1400억 달러, 약 185조 원, 년간 운용비 약 30~40억 달러) 단일 건축물이다. ISS는 고도 약 400km 지구 저궤도를 7.5km/s(시속 약 27,000km)로 하루 15.54번 돌고 있다.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돌고 있는 셈이다.


640px-ISS-56_International_Space_Station_fly-around_(05)_nasa.jpg 국제우주정거장, 위키미디어: NASA


미국, 러시아, 유럽우주국 소속 국가 중 11개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이 참가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톈궁(天宫) 우주정거장을 건설 중이다. ISS는 현재 43개의 모듈과 요소시설(Elements)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러시아 섹션(ROS)과 미국 섹션(USOS)으로 나뉜다. ROS는 ISS 전체에 대한 유도, 항법, 통제, 메인 추진기관, 메인 생명유지장치를 책임지고, USOS는 대형 실험실, 일본의 키보, 유럽의 콜럼버스, 2,500 ㎡ 면적의 태양전지판, 추가 생명유지장치(산소발생기), 2번째 화장실 등을 담당한다.


여러 나라에서 만든 모듈들을 시간차로 발사한 후 상공에서 붙였기 때문에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 사람과 물자를 보내는 국가 기관은 미국 NASA와 러시아 국영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Roscosmos), 유럽우주국(ESA), 일본 JAXA이다. 운영은 로스코스모스가 하고 전력은 미국 NASA가 댄다.


ISS는 상공 400km, 즉 이론상 밀도가 높은 대기권 안에 있기 때문에, 마찰로 점차 고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약 한 달에 한 번 러시아 모듈의 로켓 엔진을 써서 높은 궤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잘하면 별다른 장비 없이 핸드폰 만으로 궤도상을 비행하는 ISS를 찾아볼 수 있다.


우주정거장의 이모저모


ISS-56_Drew_Feustel_and_Ricky_Arnold_work_in_the_Destiny_lab_(1).jpg 56회 원정대에서 드류 페스텔 사령관과 리키 아널드(앞)가 미세중력 실험(ACME)을 위한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NASA


ISS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면 우주인들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라고 오해하기 쉽다. 중력의 크기는 [ 중력상수 G *x 물체의 무게 m x 지구의 무게 M ]을 지구중심으로부터의 거리 r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분자가 0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중력 상래가 되려면 분모가 무한대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주 정거장 정도인 400 ㎞ 고도에서는 90% 정도의 지구 중력이 작용한다. ISS에서 우주인들이 둥둥 떠다니는 이유는, 우주정거장이 지구로 안 떨어지려고 기를 쓰고 돌면서 만들어내는 원심력과 지구 중력이 서로 상쇄되어 무중력처럼 느껴지는 것뿐이다.


ISS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의 시간이 서로 다르다. 그래서 참여국들은 국제표준시(GMT)를 우주정거장의 표준시로 정하고 24시간 기준으로 우주인들이 활동하게 된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저녁 9시 반까지 일정을 소화한다.


현재 73차 원정대가 활동하고 있다. 원정대는 상하반기로 나누어 6개월 간 활동을 한다. 2025년 4월 19일에 시작하여 12월에 종료된다. 대원은 알렉세이 주브리츠키(비행 엔지니어), 세르게이 리지코프(사령관), 조니 킴(의사, 비행 엔지니어), 키미야 유이(비행 엔지니어), 올레그 플라토노프(비행 엔지니어), 제나 카드먼(비행 엔지니어), 마이크 핀케(비행 엔지니어)이다.


ISS는 현재 만원


2025년 12월 1일 기준 ISS에 도킹된 8개의 우주선 (출처=NASA).jpg 2025년 12월 1일 기준 ISS에 도킹된 8개의 우주선 (출처=NASA)


최근 ISS는 사상 처음으로 사용 가능한 8개의 도킹 포트(결합부)에 모두 우주선이 도킹되어 있는 ‘만석 상황’을 맞았다. 이는 최근 우주비행사 3명을 태운 러시아의 소유즈(Soyuz) MS-28호가 마지막으로 비어 있는 러시아의 라스베트모듈에 도킹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2명과 미국 우주비행사 1명은 2025년 11월 27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Baikonur Cosmodrome)를 출발해 약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방콕에 도착할 시간이다.


ISS에 체류하고 있는 우주선은 러시아 4대, 미국 3대, 일본 1대다. 우주정거장에는 결합부가 모두 12곳 있지만, 안전 등의 이유로 실제로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우주선은 8대가 최대치다. 기존에 ISS에 결합돼 있는 우주선은 스페이스엑스의 화물우주선 드래건(CRS-33), 유인 우주선 드래건(크루 11), 일본의 화물우주선 HTV-X1, 미국 노스럽그러먼의 화물우주선 시그너스(XL NS-23), 러시아의 유인우주선 MS-27, 화물우주선 프로그레스 MS-31와 MS-32였다.


현재 세계 기네스 기록에 올라 있는 ‘ISS 최다 결합’ 기록은 2024년 3월에 세운 7대다. 이 기록은 3월 25일부터 4월 5일까지 약 10일간 유지됐다. 당시 ISS에 결합돼 있던 우주선은 러시아의 유인우주선 2대, 화물우주선 2대, 미국의 유인우주선 2대, 화물우주선 1대였다.


73차 원정대에 한국인 포함


이번에 우주비행사 3명이 합류함에 따라 현재 ISS에 체류하는 우주비행사는 미국 4명, 러시아 5명, 일본 1명을 합쳐 모두 10명이 됐다. 미국인 우주비행사 가운데는 첫 한국계 우주비행사 조니 킴도 포함돼 있다. 조니 킴은 지난 4월 러시아 우주비행사 2명과 함께 73차 원정대의 일원으로 ISS에 도착했다. 이들은 8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오는 12월 9일(한국시각) 자신들이 타고 왔던 소유즈 MS-27호에 다시 탑승해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NASA_astronaut_Jonny_Kim_performs_laptop_computer_maintenance_(iss073e1044139).jpg Destiny laboratory module에서 작업 중인 조니 킴, Oct. 8, 2025 , 출처: NASA


조니 킴(조너선 용 킴, Jonathan Yong Kim, 1984~)은 돌아가신 부친(어머니의 국적은 알려지지 않음)이 한국계 미국인인 교포 2세로, 재미교포 최초의 우주비행사이다. 미 해군에서 네이비씰 특수부대원으로 근무한 후, 샌디에이고대학 수학과,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응급의학과 의사(M.D.)이다. 전투기 조종사를 거쳐 우주 비행사가 되었다. ISS 엑스퍼디션 크루에 선발되었고 장기간의 우주 탐사를 위한 인체 생리학적 내구도 적합성 연구 프로젝트인 CIPHER 임무를 부여받았다. 아르테미스 NASA 우주인 17인에도 선발되어 잘되면 달 탐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니 킴이 73차 원정대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미세 중력 건강 검진, 저조도 식물 성장, 미래 우주 탐험가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데이터로 DNA 인코딩하기, 원격 로봇 공학, 골 손실 차단, 업스케일링 프로덕션, 주문형 영양소, 차세대 의학 및 제조, 거대한 지구 사건 관찰하기 등이다.


미국에서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우선 기본자격으로 미국 시민권자여야 하고, 공인된 기관에서 취득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석사이상의 학력도 가져야 한다. 의학이나 정골의학박사 학위 소지자와 국가에서 공인한 비행 시험 조종사 프로그램 이수자도 STEM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와 같은 자격을 부여한다. 이와 함께 2년 이상의 관련 분야 경험이나 1천 시간 이상의 제트기 비행 경력 등도 필요하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미래


73차 원정대가 철수하는 소유즈 MS-27호가 도킹을 풀게 되면 ISS의 우주선 수는 7대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8대 동시 체류라는 ‘만석 상황’이 유지되는 기간은 약 2주일간이다. ISS에 남은 우주비행사들은 제74차 원정대 활동을 시작한다.


1998년 건설이 시작된 ISS는 2000년 11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으며,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각국 우주비행사들이 교대로 체류하며 과학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수의 민간인을 포함해 지금까지 26개국 290여 명이 ISS를 다녀갔다. 한국인으로서는 이소연 박사가 2008년 약 9일간 ISS를 방문했다.


미국항공우주국 등은 그러나 노후화 문제로 유지·운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당초 2020년까지 유지한 후 2028년부터 차세대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고 미국이 아르테미스 계획에 집중하려고 함에 따라 차기 우주정거장 계획은 안갯속에 빠져 들었다.


러시아 역시 2021년 더 효율성이 높은 러시아 궤도 스테이션 건설 방안을 밝히며 각자 따로 계획이 추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2023년 이후 러시아와 미국이 미국 우주인 운반 협정을 2025년으로 연장하고, 미국이 ISS 폐기 동력선의 발사를 2030년까지 연장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최소한 2030년 말까지 ISS를 사용한 뒤, 퇴역시킨 후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태평양의 포인트 니모(Point Nemo)에 수장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 정확한 계획은 오리무중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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