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이야기,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Space Shuttle Challenger)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7명의 우주인이 전원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챌린저호는 10번째 임무(미션번호 STS-51-L)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당초 발사는 1월 22일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다른 우주선의 발사와 기상악화로 5차례 미뤄졌다. 28일에도 전문가들은 기온이 너무 낮아 연기할 것을 주장했으나 NASA는 더 미룰 수 없다며 발사를 강행시켰다. 나중에 밝혀진 사고원인에 따르면 우측 고체 로켓 부스터(이하 SRB)에 장착된 고무패킹인 'O링'이 추운 날씨(영하 2℃)에 얼어버려 제기능을 다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승무원 중에는 크리스타 매콜리프(37세)라는 과학교사가 미국 최초의 여성 민간인 우주 비행사로 타고 있었는데, 궤도 상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학생들도 발사 실황을 생중계로 많이 지켜보아 충격이 더욱 컸다. 크리스타는 1만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챌리저호 승무원으로 최종 선발됐다.
폭발사고 30년 후인 2016년, BBC에서 TV용으로 만든 <챌린저 디재스터>는 챌린저 폭발사고를 소재로 한 90분짜리 교육용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내용이 설명을 쭉하는 방식도 아니고, 교육자가 나와서 교육용인지 설명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대통령직속 조사위원으로 참가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남이야 뭐라 하건! 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1997, 사이언스북스) 중 '제2부 파인만 씨, 워싱턴에 가다'를 비교적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겼다.
감독은 TV 시리즈 <설국열차>(2020), <Black Mirror>(2016~2019)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호위(James Hawes, 1960~)가 맡았고, 주인공 파인만 역은 <거미여인의 키스>(198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리엄 허트(William Hurt, 1950~2022)가 연기했다. 이번 영화에서 윌리엄 허트는 파인만의 위트 있는 모습과 약간의 흐틀어진 천재의 이미지를 잘 연기했다.
미국의 칼텍 교수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의 경로 적분 공식화, 양자 전기역학의 이론, 과냉각 액체 헬륨의 초유체 물리학, 그리고 쪽입자 모형을 제안한 입자 물리학의 연구로 유명하며 "기본 입자의 물리학에 대한 심층적인 결과와 함께 양자 전기역학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 공로로 1965년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와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인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에 잘 그려져 있다.
파인만은 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고,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고 후 구성된 대통령(도널드 레이건) 직속 로저스 위원회의 12명의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는데, 도널드 J. 커티나 장군, 닐 암스트롱, 최초의 여성 우주인인 샐리 K. 라이드 등이 함께 참여했다.
관료적인 위원회에 골칫거리 노릇을 하며 독자적인 조사를 진행했고, 텔레비전에 중계된 청문회에서 얼음물에 O링을 담갔다가 꺼내서 탄력성이 규정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즉석 실험을 통해 밝혔다. 사실 O링의 문제는 발사 전에 이미 실무자 간에 의견차이가 있었다. 한편 조사활동 중 NASA의 관리층과 현장 엔지니어, 기술자들 간에 심각한 의사소통 장애가 있음을 밝혀냈는데, 특히 우주 왕복선의 치명적인 고장 발생 확률에 대해 관리자는 10만 분의 1, 엔지니어는 200분의 1이라는 큰 차이가 이를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위 그림은 챌린저호의 우측 SRB의 하단 O링이 재역할을 못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를 시간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챌리저호는 발사 72초 만에 SRB에서 누출된 불꽃이 외부연료탱크(ET)의 액체수소연료에 옮겨 붙으면서 폭발했다.
챌린저호 사고 이후 16년이 지난 2003년 2월 1일,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임무(STS-107)를 마치고 대기권으로 진입하던 중 텍사스 상공에서 공중분해되면서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전체 우주왕복선 임무 중 113번째 임무였다(사고가 발생했던 아폴로 13호가 떠오른다). 사고 조사결과에 따르면, 발사 시 위부 연료 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단열재 파편이 왕복선 본체에 충돌하면서 왼쪽 날개에 구멍이 뚫렸는데, 귀환 시에 이를 모르고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를 당한 컬럼비아 호는 미국 우주왕복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체로 노후화된 기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파편은 텍사스 주 동부에 떨어졌고, 2월 1일부터 5월 6일까지 83,743개를 회수했는데, 무게로는 38,460kg으로 귀환 시 중량의 38%에 해당되었다. 발사 중 폭발하여 승무원의 시신을 온전히 수습했던 챌리저호 때와는 달리, 컬럼비아호 사고 때는 승무원의 시신의 일부도 발견하지 못했다.
우주왕복선 개발 초기에는 재사용가 가능한 경제적인 비행체라고 설정되었으나 실재로는 매우 비경제적인 발사체로 판명되었다. 1회 운영 비용이 최대 15억 달러(2조 1천억 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임무에 그리 쓸모없는 비행체를 궤도까지 쏘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발사비용을 피할 수 없었다. 비행기처럼 착륙하는 것이 멋져 보이기는 하지만 거의 기적적인 기동을 한 후에 간신히 착륙할 수 있었다. 착륙에 문제가 있는 경우, 복행(go-around)이 불가능해서 랜딩기어를 접는 장치도 없다.
비행 후 바다로 추락한 부스터와 고온고압을 견디고 들어온 궤도선의 안전성 검사를 하는데도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들어간다. 게다가 거듭된 사고에 승무원을 위한 부실한 안전(탈출) 장치 등이 발목을 잡았다. 우주를 비행한 5대의 왕복선 중 2대가 사고를 겪어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결국 NASA는 2011년 7월 21일 아틀란티스의 비행(STS-135)을 마지막으로 우주왕복선 운용을 접게 된다.
우주 왕복선 퇴역 후, 우주 최강자 미국은 유인 우주선이 없어 러시아의 소유주 우주선에 돈을 내고 우주인을 태웠다(2020년 1인당 비용은 8,800만 달러).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이제 NASA는 발사체 제작과 발사에서 손을 떼고 민간 우주선을 이용하게 되었다. 2020년 5월 31일 처음 상용화에 들어간 스페이스 X의 로켓 '팰컨 9'로 탑승체인 '크루 드레건'에 2명의 우주인을 태웠다. NASA는 2014년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에 따라 스페이스 X와 26억 달러, 보잉과 42억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19781~)는 한발 더 나아가 스페이스 X 스타쉽(SpaceX Starship)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선의 착륙 후 이륙, 발사체의 회수, 재활용을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달과 화성에 인간을 실어 나르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고출력의 로켓 발사용 시스템으로 우주선인 스타쉽(Starship)과 발사체인 슈퍼 헤비(Super Heavy)로 구성된다. 비록 2025년 1월 16일에 실시된 7차 시험비행 중 공중폭발하면서 카리브해에 떨어졌지만, 그동안의 시험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꾸준히 개선해 가고 있다. 2024년 10월 13일 실시된 5차 시험비행에서는 발사체인 슈퍼 헤비가 발사 장소인 메카질라(Mechazilla)로 귀환하여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1961년 4월 소련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이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한 후, 인류의 우주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 지 64년이 지났다. 냉전시대 달탐사 경쟁 끝에 1969년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며 세계 최강국임을 증명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주인들이 희생되면서 힘겹게 기술과 운영방법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우주왕복선 이후 외계 탐사경쟁은 시들시들해졌고 우주(궤도)에 대한 이용으로 방향이 바뀌어 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발사체 및 위성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이제 우주는 더 이상 초강대국만의 놀이터가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도 자체 발사장과 발사체를 확보했고, 무인 위성 '누리호'도 달에 보냈으며, 미국 NASA와 함께 유인 달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국력과 기술이 자체 우주탐사라는 목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라나는 우리의 후배들은 이제 우주개발이라는 꿈의 선택지를 하나 더 갖게 된 것이다. 시끄럽고 복잡한 우리 주변만 보고 속상해하지 말고, 하늘로 눈을 돌리고 별을 보며 우주로의 꿈을 꾸는 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소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