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앞두고 어떤 기분이세요?
방학을 앞둔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휴직 전 마지막 출근, 그래도 근 반년 간 자리를 비울 것이기에 모든 짐을 챙겨서 포장했다.
내가 부 차석으로 부장 옆자리였기에 그 자리를 휴직 내내 비워둘 수도 없는 일 아니겠는가.
언제인가 많이 느껴본 쓸쓸함과 어색함.
내 연식에 지금 회사가 첫 회사 일리는 없기에 이직을 위해 퇴사할 때마다 짐을 쌀 때의 그 감정, 왠지 그 비릿한 아련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아무래도 타의 반으로 시작한 휴직이기에 아직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있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자리를 비운다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운 건지 알 도리는 없었다.
다만 그 쓸쓸함에 알 수 없는 일렁임이 자꾸만 목을 간지럽히는 것만 같았다.
"휴직 앞두고 어떤 기분이세요?"
"방학을 앞둔 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 짐을 들고 나서려는 때, 후배들과 동료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 앞까지 몰려나왔다. 아쉬움과 걱정이 버무려진 애틋한 표정들...
"건강하세요, 꼭 오셔야 해요"
'아니 퇴사도 아닌데 이렇게 배웅을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왠지 내 빈자리를 크게 생각해 주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찼다.
이번주 내내 장마로 비가 왔지만 퇴근길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별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상황은 아니지만 나에겐 모든 게 특별했다.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직,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
다가오는 주말에는 오래전에 예약해 두었던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속초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계획 중간에 바뀐 건 내 휴직뿐인데 마음이 사뭇 다르다.
적어도 내일부터는 출근길에 쫓겨 만원 지하철에서 조는 일은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공황발작으로 갑자기 과호흡을 하며 도중에 지하철을 내려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일은 사라질 테니까.
이 복잡한 일상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는 날이 휴직 중에 찾아올까? 아니면 더 쉬고 싶은 마음을 눌러두고 애써 가족을 위해 다시 전선으로 떠나게 될까? 아직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으로 올해 마지막이 될 퇴근길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기후동행카드 만료일도 오늘 까지더라. 비도 안 오고 카드 만기도 맞아떨어지고, 운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