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Sep 03. 2024

탈출을 축하합니다!

저기 ... 나 퇴사하는 거 아닌데...

휴직을 망설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을 터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금전,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겠지만 가장 두려운 건 주변 동료들의 인식일 것이다. 


뭔가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하겠지만 잘 생각해 보자.

누군가가 휴직을 한다는 건 인력부족으로 항상 시달리는 조직에서는 다른 동료들에게는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상황에서는 부담을 만드는 휴직자가 좋게 보일리가 없겠지. 그리고 그 영향은 휴직을 떠날 때가 아니라 돌아올 때, 돌아올 곳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느냐에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즉, 돌아왔을 때 진급이 늦어지거나 그런 건 버틸 수 있어도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미움받으면 버티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다른 이들의 상담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영향일까. 휴직 며칠 전에는 동료와 후배들로부터 송별회 권유를 받았다.


"어차피 이제 푹 쉬잖아요, 술이나 잔뜩 퍼마시러 가자고요! 얼른 술 사줘요!"

"난 이제 백수인데, 술은 니들이 사줘야 하는 거 아닐까..?"


느닷없이 시작된 송별회 자리에 유독 한 친구가 늦는다 싶더니 갑자기 귀여운 꽃다발을 하나 쥐어들고 뛰어 들어왔다.


탈출ㅊㅋ 쾌유기원!


"저기 ... 나 퇴사하는 거 아닌데..."


우리 본부가 얼마나 험난한 곳인지를 감안해서인지, 그동안 내가 병을 앓으며 쉼 없이 달려왔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이유가 무엇이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내가 돌아올 곳은 있구나.


"으어 형님 없으면 전 이제 어떡해요"


난데없는 후배 녀석의 눈물쇼가 내 마음에 안심을 더해주었다. 

주요한 본부 업무에 늘 합을 맞춰 같이 일하던 녀석, 너에겐 지금이 고통이겠지만 그 눈물이 어찌나 고맙던지. 네 당장의 슬픔이 내게 안심이 되는 건 내가 잘못 살아오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아니면 내 옆에 나보다 불행한 이가 있다면 내가 더 기뻐진다는 내 일그러진 행복관 때문일까?


그렇게 난 뒤죽박죽 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