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분을 미리 느끼며, 추억도 돌아본다.
구청에서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두 번의 장터를 연다. 홍제천 폭포 주변이 정비되고 나서 올해는 카페 앞 주차장에서 열렸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구경과 장보기를 겸하여 일요일 오전에 나들이에 나섰다. 아직은 늦더위가 남아 있는 도심 속이었지만, 추석맞이 장보기는 추억 속의 시골 장터와 분위기도 있고, 넘쳐나는 사람들로 흥겨움도 있었다.
강원도 속초에서부터 충청도를 거쳐 전라남도 여수의 특산물까지 판매되고 있었다. 사투리가 특색 있는, 갓김치와 고들빼기를 파는 여수 코너도 보였다. 진공포장으로 포기 단위로 판매하여 이동 중에 김칫국물이 흐르거나 냄새 등의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멀리까지 이동하면서 특산물을 팔면서 생긴 비결이 재미 있었다.
서울의 대형 쇼핑센터와 다른 점이 많았는데, 시식할 수 있는 접시들을 넉넉하게 준비하고 호객을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맛보기를 권하고, 자연스럽게 판매로 이어지는 모습은 여느 시골 장터와 같았다. 잘 정비된 아스팔트 주차장에 펼쳐진 임시 장터지만 참가하는 업체도 많고, 구경하거나 사는 사람들도 많아서 모처럼 명절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충남 금산에서 온 인삼 판매대에서는 인삼을 기름에 튀겨서 팔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컵에 담긴 인삼 한 뿌리를 먹으며 맛과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냈다. 한과도 지역별로 여러 종류가 나와서 눈길을 끌고 있었다. 들깨로 만든 한과를 맛보고 조금 샀다.
추석에는 역시 떡이 빠질 수 없다. 해남의 모시떡을 비롯하여 다양한 떡집들이 나름대로 맛과 모양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직은 추석까지 시간이 있어서 송편만 조금 사서, 미리 한가위 기분에 잠시 젖어보았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한우고기 판매를 위하여 대형 트럭이 참가하였다. 일찍부터 줄 서기가 시작되어 가장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계단을 이용하여 몇 명의 사람만 올라가 여유롭게 쇼핑하고 살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었다. 줄은 길어도 사고 싶은 부위들을 충분히 보고 흥정한 후 계산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 대형상점에 비교하여 뒤지지 않았다.
올해는 추석이 일찍 들어서 햇과일과 곡식들은 많지 않았다. 몇 가지 품목들은 작년의 수확물이지만 보관을 잘해서인지 상태는 좋아 보였다. 곶감을 샀다. 냉동하였던 제품으로 아주 싼 가격으로 소량을 판매하고 있었다. 차례가 돌아와 살 수 있었는데, 묵직하여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져 나왔다.
모두 잘 판매되지는 않았다. 비선호 품목이 전시된 곳은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옆 가게와 비교되기도 하였다. 힘들게 준비하여 온 분들인데, 돌아갈 때는 모두 만족스러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더더구나 풍성한 추석 장인데.
반 가방을 메고 갔는데, 오는 길에는 가방 가득히 물건을 넣고, 양손에도 몇 가지를 들고 왔다. 땀도 적지 않게 흘렸지만, 마음만은 벌써 풍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