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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Oct 13. 2024

자잘한 마을 축제들

지역 살리기 아이디어는 멀리 있지 않다.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주택가에서 핼러윈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직접 참석은 못하고 소식만 듣고 있는데, 점점 행사가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서운 (서양 귀신) 형상의 호박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동네 전체가 행사장이고, 이날의 주인공은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 모두이다.

     

행사계획을 알리는 공지도 온라인에 게재되면, 아이들이 없는 집에서도 사탕을 준비했으니 아이들에게 알려달라는 댓글이 이어진다. 커버린 아이들이 쓰던 물건을 팔기도 하고, 집 앞에서 가족 전체가 먹거리를 만들면서 판매도 한다. 우리 고유의 축제였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마을 전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는 보는 이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관리인들도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준다고 한다. 행사장을 알리는 안내판과 판매지역 공간 등을 정해 주고, 다 같이 치우기는 하지만, 뒷마무리까지 해 준다고 칭찬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방관자가 아니고 같이 사는 정겨운 모습이다. (이분들은 크리스마스에 멋진 트리를 만들어서 동네를 환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모처럼 홍제천 하천길을 따라 산책하였다. 짧게 걷는 동안에 두 군데에서 먹거리 장터가 열려있었다. 홍제폭포 주변과 포방터시장에서다. 하루 전에는 유진상가 앞에서 장터가 열리더니, 조그만 먹거리 장터가 이제는 흔한 모습이 되었다.  

   

포방터시장에서는 차 없는 날로 선포하고, 중앙의 도로를 모두 활용하여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고 의자와 식탁을 배치하여 간이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젊은 운영 요원들이 수십 년 전의 고등학교 교련복을 입고 있어서 특이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단체로 있는 곳도 있었고, 가족 단위로 음식을 즐기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맑은 가을, 아케이드 아래서 가족들끼리의 시간이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점심 후에 혼자서 하는 산책이었기에 구경만 하고 어울리지 못해 아쉬웠다. 주변에 이런 모습들이 많아진다면 도시가 한층 정겨워지고, 주민들 사이의 거리도 좁혀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 효과는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대규모 축제보다는 이런 조촐한 행사가 훨씬 어울린다.     


요즈음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더한데, 이런 모습이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자체 단위로 개최하는 대규모 축제가 성공하여 지면에 오르는 일이 있다.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출렁다리를 만들고,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손님을 모으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잠깐이다. 정겨운 모습으로 자주 찾을 수 있고, 단순한 구경이 아닌 체험형의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시 내에서는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자주 참여하여 어울리는 행사를 만들고, 교외에는 나름의 특색 있는 작은 행사가 열린다면 어떨까. 젊은이들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을 주말농장으로 대여하여 자주 찾게 하고, 가을에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는 어떨까. 대책은 남에게 미루지만 말고, 스스로 참여하면서 힘을 보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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