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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pr 14. 2024

너무 한가한 봄나들이

포천 하늘다리에서 여유롭게 한탄강을 보다.

봄 끝나는 것이 아쉬워, 해가 바뀌면서부터 계획하였던 포천 하늘다리 지질공원을 다녀왔다. 평일을 고르기는 하였지만, 예상과 너무 다르게 마주친 사람들은 10여 명에 불과하였다. 유명 장소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무런 방해도 없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든지 하는 지체 요소가 전혀 없었다.

     

20여 년 전에 근무하였던 곳과 가까운 거리에 새로운 공원이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선 반가웠다. 오랜 기간의 근무는 아니지만, 지나온 곳은 모두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근무했던 곳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반가운 마음에 자세히 보게 되고, 꼭 구경하겠다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곳 중의 한 곳이었다.     

서울을 벗어나기까지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붐비는 교통상황이 포천에 도착할 때까지의 고속도로에서도 여전하였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포천 시가지를 벗어나는 순간 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운천에서 대회산리 방향으로 꺾어지는 샛길부터는 공사 차량만 가끔 지나칠 뿐이었다.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다행히 이정표는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려하였던 대로 주차장도 아주 한가하였고, 몇 대의 푸드트럭 중 겨우 두 대만 영업 중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유원지라니. 참 오랜만에 겪어보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왔으니 하늘다리부터 건너보았다. 빈 다리를 건너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포토존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면 나도 한 장 찍어보고 싶어 지는데, 아무도 없으니 오히려 사진 찍기도 재미가 없었다. 200미터 길이, 가장 높은 곳은 50미터 높이로 조성된 도보전용의 현수교는 현무암 절벽을 구경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서울과 거리는 별로 차이가 없는데, 진달래와 개나리뿐만 아니라 벚꽃까지 만개해 있었다. 서울은 이미 지고 없는 벚꽃을 이곳에서 다시 보았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리기는 하지만 화사한 꽃 빛깔이 곱기는 매한가지고, 밝은 햇빛 아래서 여유롭게 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하늘이 맑고, 기온이 높아서 반소매 옷차림으로 돌아다녀도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만개한 벚꽃길을 초여름 같은 날씨에 보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그래도 너무 한가하니 더 둘러볼 기분이 들지 않아 ‘비둘기낭’도 생략하였다.

     

‘Y’ 형 다리와 전망대는 공사 중이고, 주변 공원도 한창 조성하고 있었다. 메밀과 각종 꽃밭을 조성한다는 안내 간판만 보고 왔다. 올 9월 20일에 개장한다고 한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계획대로 모두 조성된다면 볼 만하겠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행인 점이 있다. 아내와 여행한 곳 중에 다시 오고 싶다는 곳이 드문데, 이곳은 가을에 다시 오자고 한다. 공원 조성이 마무리되고, 주변이 단풍으로 변했을 때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한다. 너무 많지 않은 사람들과 조금은 부대끼면서 같이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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