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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나폐인 Apr 09. 2023

졌잘싸를 보고싶다

단, 어른 말고 아이들에게서


 아이들과 자주 외가댁 나들이를 갑니다. 외가댁 지척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어 자주 아이들과 산책을 가곤 합니다. 인조잔디구장이 제법 깔끔한 학교입니다.  최근 방문했을 때 해당 운동장에서는 유소년 축구시합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야~ 장난치지 말고 바로 패스해~!


 대뜸 질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아이가 개인기술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제재를 받습니다. 이기기 위한 움직임 외에는 피드백받기 일쑤인가 봅니다. 그리고 제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퇴장! 나가세요!

 어리둥절한 아이들 사이로 빨간 레드카드가 보입니다. 다행히(?) 퇴장당하는 사람은 어린이는 아니었습니다.  벤치의 감독이 퇴장당합니다. 그 직전에 심판에게 편파적이지 않냐며 핏대를 세우며 다투더니 그리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작은 운동장에서 퇴장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결국 잠시뒤 그 자리에 그냥 앉습니다. 입은 퇴장당했군요)


 유소년 축구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보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살벌한 광경에 애먼 제 아이들만 트랙 근처에 못 가게 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뒷짐 지고 코치의 말을 듣는 아이들은 결연했습니다. 패배의 아픔을 공감하는 자리일까요. 군대 같은 엄격한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이긴 팀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맛있는 것을 먹으러 부모와 함께 나갑니다.



  손흥민 선수는 100 호 골이라는 업적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적인 면을 떠나서 주눅 들지 않고 슛을 노리는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타적인 플레이도 곧잘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Ego가 강한면이 유럽무대에서 성공한 이유라고 봅니다.


  그날 그 축구장에서 왜 한국축구가 한계에 부딪히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개성을 만들 유소년기에도 단합과 공동의 목적,  그리고 승리만을 가르치는 것 만 같습니다.


 족쇄 채운 코끼리처럼 풀어놔도 어찌할 바 모르는 그런 아이들이 되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졌지만 잘 싸운 모습은 성인무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보고 싶네요. 왠지 우리는 반대인 것 같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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