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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나폐인 May 21. 2023

마요네즈

나의 자제력을 시험하지 말아줘

 00과장,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소스 먹으러 왔어?

 

 일터에서 근처 돈카츠 집에 갈라 치면 소스 그릇에 듬뿍 담아 2번은 찍어 먹습니다. 음식에 소스를 찍어 먹거나 곁들여 먹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한식은 대부분 소스가 조미되어 나오는 스타일이다 보니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면서, 소스의 맛으로 변주를 할 수 있는 음식이 좀 더 맛깔나게 느껴지는 접니다. 


 굳이 값비싸고 거창한 소스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쉽게 구비할 수 있는 소스들도 역시 애정의 대상입니다. 그중에서 1순위라면 역시 마요네즈입니다. 


 하얀듯 하지만 적당히 노르스름한 빛깔, 어떤 음식에도 잘 묻어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너무 꾸덕하지도 않은 적당한 점성, 분명 기름기 충만하지만 찍어 먹으면 새콤한 맛이 먼저 나오는 상큼함까지. 어쩌면 이 무한정 마요네즈 사랑은 어린 시절 기억에서 비롯된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일 사라다 먹고 싶다!


 어릴 적 참 먹성이 좋은 아이였습니다. 그때는 집에 먹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양식"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음식은 정말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 무렵 나오는 TV 선전(광고)에서는 연신 예쁘장한 CF배우들이 채소-주로 셀러리였죠. 역시 값비싼 서양채소!- 에 마요네즈를 "듬뿍" 발라 먹고는 입맛을 다시곤 했습니다. 식빵에도 듬뿍 발라먹는 영상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말입니다.


 그중 제일은 역시 '과일 사라다' 였습니다. 공공연히 TV에서도 '사라다'라고 공식명칭을 언급해 주었기도 했거니와, 온갖 재료를 마요네즈로 버무린 샐러드의 이름은 그저 '사라다' 만큼 잘 어울리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과, 당근, 감자, 오이, 바나나, 귤, 땅콩, 파인애플 등 있는 과채들은 깡그리 깍둑썰기해서 그릇에 담고는 그저 마요네즈 한 국자 푹 떠서 넣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오이가 싫다며 사과만 먹거나, 어떤 아이는 귤에서 나오는 주황색 즙 때문에 안 먹기도 했죠. 저는 마요네즈가 버무려진 그 안의 모든 재료를 한 번에 2~3가지 이상 함께 씹어 넘기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마요네즈의 시큼하고 기름진 맛과 각종 과채의 맛이 어우러지면 정말 고기가 필요 없는 멋진 음식이 되었습니다. 


 확실히 사라다에서도 마요네즈는 제게는 주연이었습니다. 마요네즈가 반드시 꾸덕하게 살아있는 사라다를 좋아했습니다. 결국 좀 과하게 마요네즈를 넣는 것을 좋아한 것이죠. 일종의 일본의 마요라-마요네즈 덕후-에 근접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튀김은 마요네즈에 찍어 먹자!


  제가 즐겨 먹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특히, 유럽 쪽에서 즐기듯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그 풍미가 정말 배가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먹곤 하죠? 통삼겹 집에 가면 그래도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소고기는 기름장! 외치는 분들도 꽤 있으니까요. 제가 역시 애정하는 케첩 역시 정말 좋은 친구이기는 하지만, 주장이 너무 강합니다. 토마토란 녀석이 특징이 그렇죠. 마요네즈는 반면 적당히 찍는다면 참 다정한 친굽니다. 튀김 맛에 거스르지 않게 상큼함만을 입혀 주기도 하니까요.


 특히 마요네즈는 의외로 한식에 잘 어울립니다. 맵짠 한국음식에 마요네즈는 곁들임 소스로 제격이죠. 러시아에서는 라면에 마요네즈를 풀어 먹기도 한다죠? 저는 불닭이나 매운 주꾸미 등을 먹을 때 마요네즈에 찍어-라고 쓰고 범벅이라고 읽다-먹곤 합니다. 가끔은 매운 비빔밥을 먹을 때 살짝 넣어서 부드러운 맛을 즐기기도 하고요. 김치볶음밥 등 볶음밥 만들 때 마요네즈 한 작은 술 정도 추가하면 풍미가 정말 좋습니다. 


 본태성 고지혈이 있는 관계로 마요네즈를 예전처럼 많이 즐기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네요. 물론 마요네즈는 고열량 음식입니다. 또 다른 소스계의 양대산맥 케첩과 비교해 본다면 좀 덜 건강해 보이기도 하죠. 마요네즈 주재료는 오일, 난황, 식초(또는 레몬즙), 약간의 소금, 약간의 겨자 등입니다. 기호에 따라서 올리브유를 좀 넣는 경우도 있고 색감을 위해 강황을 살짝 넣기도 하죠. 적당량만 먹는다면 난황에 있는 좋은 성분 등으로 인해서 충분히 건강히 먹을 수 있는 소스입니다.   


 인생사에 어디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것들이 있나요? 그런 의미로 마요네즈야 말로 절제와 자제력을 시험해 보는 맛진(맛나고 멋진) 소스라고 생각합니다. 아! 참고로 전 골드 마요네즈만 취급합니다. 마요네즈는 역시 골드죠. 하프마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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