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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군 Sep 26. 2022

나의 첫 펫로스 증후군 - 4

16년을 함께 했던 동생이자 자식이자 친구를 잃고,




신부전을 겪으면서 용이는 이전처럼 마음껏 뛰지 못했고, 먹는 것조차 가려야 했다.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과 함께 수액치료를  받아야 했다. 나름의 영양식을 해주었지만 여러 음식들을 조심해야 하다 보니 이렇게만 먹이는 것이 맞는 건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정녕 맞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걷다가도 픽 쓰러지는 게 대다수였고, 용이 스스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용이의 활달한 성격을 알기 때문에 심정을 너무나도 알 것 같았다.

마음껏 걷고 뛰고 싶은데 마음과 반대로 몸이 안 따라주니 찡찡대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다.

어떻게든 뛰게 해주고 싶었다. 산책을 할 때에도 조금이나마 달릴 수 있게끔 하네스를 잡고 같이 움직일 수 있게 해 보았다.

이전처럼 돌아가고 싶었지만 몸무게는 몇 킬로씩이나 줄어들었고 사람으로 치면 10kg 이상이 빠진 셈이었다.

어떤 날은 왕왕 짖으며 울어서 가보았더니 화장실 벽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눈이 멀어서 그런 걸 수도 있었겠지만 전보다 무언가 이상 행동들을 많이 하면서

'치매 증상' 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수액치료를 하면서 다른 영양제를 먹이며 조금이라도 괜찮아지기를 바랐지만 눈에 띄게 호전되는 증상보다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듯했다.

대소변을 바닥에  , 눈에 보이지 않으니 밟고 지나가면서 발과 털에 묻는 것은 다반사였고,  그대로 바닥에  천치가  적도 많았다.

침대 밑에 들어가서 울거나, 운동 기구나 사물에 옷이 걸려서 스스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갇히는 것도 일상이었다.

엄마는 내 욕심으로 용이를 더 힘들게 붙잡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며 치료보다는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맛있는 것 먹고 잘 지내게 하는 게 낫지 않냐고 했다.

 말도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만 내가  도리는 하고 싶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을 나가도 냄새를 맡고 움직이기보다는 잠을 자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고 효과가 좋을 것이라며 추천한 약을 먹였다.

약을 한 달 정도 먹이던 차 가족여행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밤 , 엄마가 고함을 지르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자다가 아버지와 뛰쳐나갔다.

용이가 숨을 가쁘게   파랗게 질린 혀를 옆으로 내밀고 변을 배출하고 있었다.

'가려고 하는 증상이구나' 라고 인지는 했지만 너무 슬퍼서 엉엉 울며 물컵에 물을  와서  안으로 물을

조금씩 넣으며 먹였다.

놀랍게도 파랬던 혀가 점점 빨개지면서 용이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고비를 넘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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