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익어가는 농막
작물을 캐고 따고 하다 보니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설거지 마치고 음식 찌꺼기
치우려고 거름망에 손을 댔다가
누군가 이전에 버린 엄나무 가시에
가운뎃손가락을 찔렸다
찔린 가시 손가락의 아픔으로
하루를 망쳤다
무심히 누군가 버린 가시에
손가락이 다치고 보니
내가 당신이 무심히
서로 찌르고 찔림이 있다는 것
누군가 무심히 행한 행위엔
남모르는 고통이 된다는 것
행복 끝에 불행이라고
불행과 행복은 한 끗 차이라 했으니
그래서 세상은 돌고 돌다는 것
찔림 끝에 새삼 거듭나기도
아픔은 어느 사이 아물고 시간은 지나가는 것
찔린 손가락으로도 온갖 게 다 지나 간 것
내가 찌른 사람에 대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