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아이들 재우는 시간이 나의 휴식시간이었지만 아들과 딸 각방을 쓰면서 재워주는 시간이 2배가 되었다. 자연스레 나의 육퇴(육아퇴근) 시간도 늦어졌다. 5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혼자 잠들라고 말해 둔덕에 이제 아들은 혼자 잠들기 시작했다.
아직 아기 같은초3 막내는 엄마가 재워주리라~~
1월생이긴 하지만 큰 키 덕분에 초3 같지 않은 초3 딸,
친척동생들과 있을 땐 어느 누구 못지않게언니 노릇을 잘하는 의젓한 초3이지만
우리 네 식구만 있을 때는 영락없는 막내다. 혀 짧은 소리도 물론 필수이다.
초3인데 애기짓하지 말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아니면 언제 그 응석을 받아주겠나 하는 마음으로 딸과 나와 둘만 있을 땐 더 애기처럼 이뻐해 주고 응석도 잘 받아준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 그러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긴 하지만대학생이 된 조카도 가끔 아기 짓을 하는 것 보면 막내는 막내답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오빠와 나, 남매 중 막내인데도 한 번도 막내답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어릴 때도 크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애교를 부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더 듣고 자란 것을 보니 철이 좀 일찍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고작 10살, 초3 딸에게는 나이에 맞게 어리광도 부리고 애교도 부릴 수 있는 기회를 맘껏 주고 싶다. 일찍 철들 만큼의 힘듦이나 시련 같은 것 주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나의 어린 시절이 힘들었거나 시련을 겪지는 않았지만..^^)
두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거의 변하지 않는 루틴이 있다.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이른 저녁밥을 먹고, 남은 일과를 마치고 8시가 되면 잠을 잘 준비를 한다. 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른 취침시간(초등전엔 8시 전 취침, 초등 저학년엔 9시 전 취침, 초등 고학년엔 10시 전취침)은 우리 집만의 불변 법칙이다.
키에 민감한 엄마의 고집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밤 11시~1시 사이에, 잠든 후 3시간 후에 가장 잘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는 크게 많이 자라지 않을 것 같아 나름 후천적으로 노력 중이다.
잠자는 시간이 나름 빠른 편이라 잠들기 전의 아이상태도 많이 다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함께 누워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 중 특별히 있었던 일, 내일 해야 할 중요한 일, 깜빡하고 낮에 못했던 말 등 매일매일 대화의 주제는 달라진다.
어젯밤엔 내가 먼저 괜한 고백을 해보았다. "엄마는 우리 OO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OO이는 엄마를 사랑하는지를 잘 모르겠어. OO이도 엄마 사랑해? 사랑하는 이유가 뭐야?
아주 짧게 2~3초를 생각하더니
"다른 친구엄마들은 친구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하면 'OO아, 하지 마'라고만 말하는데
엄마는 항상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설명해주고 하지 말라고 말하기 때문에 엄마가 친절하게 말해줘서 "엄마를 사랑해"..
헉~!
내가 생각했던 답은 "엄마는 그냥 엄마니깐 사랑해"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하지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고 하지 말라'라고 말을 친절하게 해 줘서 사랑한다는 딸의 고백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나의 일상모습, 일상대화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딸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더욱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 딸의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