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봉하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다시 꿈꾸며.
“최루탄 분말이 퍼진 아스팔트 위, 노무현은 자신을 완전히 연소시킨 불꽃이었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90도로 온몸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 7월 1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일궈낸 노대통령의 고장,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영상 33도를 기록하던 뜨거운 봉하에는 나비가 짝을 맞춰 춤을 추고, 풍요로운 곡식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사람 냄새로 가득 찬 뜨거운 봉하의 모든 공간은 노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흔적이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일대기가 담긴 박물관에서, 그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저 또한 그의 외로운 뒷모습에 앉아 진정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하여 고민해보았습니다. 20세기의 끝자락인 1999년에 태어나, 21세기 민주주의의 이기를 그저 누리기만 했던 저는 결코 그들의 모든 종적을 좇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지난 2016년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문구를 매주 광화문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던 나 또한, 결국 그들의 숭고한 민주주의를 향한 희생으로 빚어진 것을 몰랐던 걸요. 오만했습니다. 이러한 글을 게재할 수 있다는 것조차 귀한 숨결이 잔뜩 묻어있었다는 것을요. 의견 피력의 자유를 지닌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살며 그저 기득권 세력을 힐난하기만 하기 바빴던 저의 모든 글들이 면구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 참 외로웠겠죠. 아니, 괴로웠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대학에 와 수도 없이 외쳐보았던 우리 과의 구호 “선봉”. 나는 과연 이 선봉이라는 단어를 마음껏 외칠 자격이나 있었을까요. 최루탄이 날아다니는, 목숨이 좌지우지하는 이 시위에서 선봉에 선 노무현은 어떠한 마음을 지녔을까요. 그리고 그 귀한 한 몸 바쳐 민주주의를 일궈내고자 했던 그의 소망은 과연 얼마나 이루어졌을까요.
⠀ 노무현장학생이 되며 스스로에게 큰 다짐을 걸었습니다. 적어도, 더 이상 불의에 함구하며 살지 않겠다고. 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기까지 희생하신 수많은 손길과 숨결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예요. 지난주는 저와 같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동료들과 인권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들을 잔뜩 풀어보았어요. 지난 대선과 그 이전의 모든 행보들, 그리고 앞으로 청년인 우리가 걸어가야 할 수많은 길들. 그리고 우린 이러한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를 이어나갈 청년으로서 더 나은 자세들을 견지하게 되었습니다.
⠀ 수많은 역경들이 점재 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할 대한민국을 엿보았습니다.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세상을 어떻게 만들지 우린 함께 고민하며 흘러가는 강물이 되어 하나의 바다가 될 것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대통령의 어록처럼,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물처럼! “
2008.04.25
-제16대 대통령 노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