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대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연말 졸업할 시기에 앞서서 학술제가 진행되었다. 과별로 대표가 1년의 성과를 발표하고 학습하는 행사다. 소속된 학과 대표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흔히, 발표를 위해 PPT를 만든다. 나 또한 PPT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집중했다. 고치기를 반복해서 완성도를 높였지만, 발표 연습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다. 드디어 학술제 날이 다가왔다. 긴장을 풀고 발표를 잘하려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생각은 나질 않았고, 차라리 보고 읽는 편이 나을 뻔했다. 왜 발표를 잘하지 못했을까? 자책했다.
이런 일은 반복됐다. 얼마 전 세바시 스피치 전공 졸업자 자격으로 세바시 스피치 녹화를 했다. 원고는 거의 1개월 전에 완성했다. 하지만 연습은 하지 않고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만 반복했다. 발표 하루 전날, 퇴근 후 걷기 운동을 하면서 녹음했던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연습했다. 잘 외워지질 않았다. 한 단락이 끝나고 다음 단락을 말해야 하는데 매끄럽게 말할 수 없었다. '발표할 때는 잘하겠지!' 생각했다. 다음 날 발표를 하러 무대 위에 섰을 때, 생각만큼 되질 않았다. 스피치가 끝나고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공무원 조직에서 보고서는 수시로 만든다. 보고서 결재과정은 대면보고가 필요한 중요 문서가 아니고는 대부분 전자결재로 이뤄진다.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보고서를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가끔 대면보고를 할 일도 있다. 어떤 상사는 보고 할 때 리엑션을 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보고할 때가 있다. 상사가 응,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등 추임새를 넣어주면 오히려 보고하기가 편하다. 침묵을 유지하면 상사가 이해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보고하기가 참 어렵다.
보고서보다 중요한 건 보고다. 보고의 내용을 술술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외우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응하지 못한다. 오히려 보고의 배경과 논리를 이해하고, 내용을 완벽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를 왜 하는지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실수가 없다. 보고서를 만들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보고를 어떤 논리로 핵심을 말해야 하는지 소홀할 수 있다. 보고서도 중요하지만 대면 보고를 해야 할 중요한 사안일 경우에는 보고하는 사람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논리를 명확히 해서 핵심만 보고하는 연습을 하는 편이 낫다. 보고서 없이 말로만 설득하는 사람이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이다.
팀원들이 만든 보고서를 읽고 고치는 경우가 많다. 매뉴얼처럼 만든 보고서를 자주 본다. 보고하는 사람의 주장이나 논리,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왜 이 보고를 하는 것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행간을 읽어내야 하는 보고서는 잘못 쓴 보고서다. 상사 보고 알아서 읽고 해석하라고 하면 불친절한 보고서다.
상사의 의사 결정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짧고 쉬운 보고서로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정확성을 높이고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보고를 해야 한다. 상사는 시간이 별로 없다. 상사는 수많은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핵심이 없고,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불분명한 보고서는 배려 없는 보고서다. 상사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소모되도록 짧고 핵심을 명확히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불명확한 보고서가 올라와 팀원에게 질문하면,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생산성은 낮아진다. 보고하듯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신이 만든 보고서를 읽는 사람 입장에서 질문하면서 읽어보면 부족한 부분이 뭐가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그렇게 만든 보고서는 대면 보고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보고서는 보고하듯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보다 보고가 핵심이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고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고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고의 배경과 논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의 핵심은 명확하게 구체적이지만 간략하게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