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리더십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과거의 리더는 그저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챙겨야 할 눈치도 많고, 소통도 해야 하고, 성과도 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리더들도 보인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마냥 착하기만 한 리더일까?
이수민 작가의 책 「불편하지만 진짜 리더가 되고 싶은가요?」과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내용을 통해, 내 마음에 깊이 다가온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금 정리해 보았다.
리더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수민 작가는 "리더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라고 말한다. 리더의 성과는 곧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의 말을 빌려, 저자는 명쾌한 '성과 방정식'을 제시한다. “성과(Performance) = 동기(Motivation) × 능력(Ability)”,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이유는 딱 두 가지이다. '하고 싶은 마음(동기)'이 없거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진짜 리더는 이 방정식을 들고 구성원을 바라보며, 그들의 '능력'과 '동기'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처방을 내린다.
"자율성을 달라"는 직원들 많다. 모든 직원에게 무턱대고 자율을 주는 건 ‘방임’ 일뿐이다. 저자는 '능력과 동기 매트릭스'를 제안한다. 능력도 높고, 동기도 높은 직원들은 알아서 잘한다. 이런 직원에게는 높은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반면, 능력도 낮고, 동기도 낮은 사람에게는 자율성보다는 구체적인 지시와 통제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구분이다. 롯트 베일린 MIT 교수의 말처럼,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건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운영적 자율성이지, 목표 자체를 정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골치 아픈 유형이 있다. 능력은 좋은데 동기가 바닥인 직원이다. 저자는 이들 중 일부가 조직을 망치는 '썩은 사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말한 '불연성(不燃性) 인간'과 같다. 아무리 불을 갖다 대도 타지 않을뿐더러, 주변의 열정적인 동료(가연성 인간)들의 불씨까지 꺼버린다.
"안타까운가?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말자. 의도와 상관없이 조직 성과 달성에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진짜 리더라면 나머지 99마리 양에 집중해야 한다."(p. 61.)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다. 리더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썩은 사과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성과를 내는 99마리의 양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리더가 짊어져야 할 무게다.
시선을 좀 더 넓혀보자. 송길영 작가는 AI와 데이터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를 '경량문명'이라 정의하며, 이 시대의 조직은 가벼워지고 개인이 도구가 아닌 주체가 된다고 말한다. 이런 세상에서 리더는 더 이상 위계의 꼭짓점에 있는 ‘평가자’나 ‘관리자’가 아니다. 과거처럼 윗사람의 의중을 읽고 보고서를 쓰는 일은 이제 AI가 더 잘한다. 송길영 작가는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영화 <위대한 쇼맨>의 주인공에 비유한다.
“경량조직에서 리더는 (…) 각자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사람이며,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연결해 주는 안내자입니다.”(p. 164.)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 하지 말고, 구성원을 주연으로 빛나게 해주는 ‘무대 설계자’가 되라는 것이다.
또한, 보상이 아닌 '전권'을 주어야 한다. 앞서 이수민 작가가 동기가 높은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라고 했다면, 송길영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간다. 급변하는 AI 시대, S급 인재를 잡는 방법은 돈 몇 푼의 보상이 아니라 판을 짤 수 있는 ‘전권’이다.
자리가 아닌 일, 평가가 아닌 성과, 그리고 직함이 아닌 자율성과 성취로 구성원을 바라봐야 한다. 언제든 조직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이고 능력이 넘치는 인재와 일하려면, 리더의 배포와 자존감이 먼저 단단해야 한다.
두 글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과거의 조직에서 개인은 거대한 기계의 부품, 즉 도구였다. 이제 구성원은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고, 각자의 이름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바꾸고 싶고 바뀌려는 사람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요. (...) 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것을 못 하게 막는 조직이 있을 뿐이죠."(p. 165.)
충주시 홍보맨의 말처럼, 리더의 역할은 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방해물을 치워주는 것이다. '관리'하려 하지 말고 '믿음'으로 자율을 허락하라.
두 권의 텍스트를 읽으며 나는 리더십이 '통제'에서 '연결'로, '평가'에서 '지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성과를 위해 냉정하게 옥석을 가리되, 선택된 이들에게는 확실한 무대를 만들어주는 리더. 결국 최고의 리더십은 '내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빛나게 함으로써 내가 증명되는 것'이다.
과연 나는 그런 리더인가 되물어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러분의 팀원들은 ‘자신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뛰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의 관객으로 앉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