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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편지를 쓰겠어요1

창경궁에 다녀왔습니다

by 백서향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파아란 하늘이 펼쳐지는 하루하루가 아까운 요즘입니다. 안녕히 지내셨나요? '안녕히'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안녕히라는 말은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게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그러니 아무 탈 없이 잘 지냈느냐는 말과 같은 말이겠지요.


저는 오늘 창경궁을 다녀왔습니다. 이른 추위에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었을까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아직 초록빛을 간직한 나뭇잎들을 보고 조금은 실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망한 걸 알았던 걸까요?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햇살과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랗게 물든 하늘이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전 창경궁에 가면 홍화문을 지나 명정전을 지나쳐 버립니다. 창경궁은 다른 궁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거든요. 다른 궁이었으면 당연히 제일 먼저 들러보았을 법한 대전이 창경궁에서는 쓸쓸해 보여서이기도 해요. 높이 솟은 건물이 주는 위용보다는 고난을 치르고 이제야 쉬고 있는 힘든 왕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다른 궁에 비해 유난히 건물이 없는 창경궁은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모든 건물과 나무들이 잘 보입니다. 오늘도 하나하나 눈에 담긴 했지만, 왜인지 놓친 것들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흙과 고운 돌들이 비벼지는 소리에 빠르게 걷던 걸음을 늦춰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매년 저는 춘당지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아는 분에게 이야기했더니 같은 장소에서 셀카도 찍으라고 하셨지만, 저는 왠지 제 사진을 찍기가 싫었어요. 대신 매년 변하는 춘당지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올해는 가을 단풍이 아직이라 한 번 더 와서 찍어야 할 것 같았어요. 춘당지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와 새들도 그대로인 듯싶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바뀌어도 이곳을 지키는 것들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관덕정까지 올라갔다 와야 창경궁을 한 바퀴 돌고 나가는 제 루틴이 끝나지만, 오늘은 올라가 보지 않았습니다. 호젓하게 느릿느릿 걷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 흥이 깨져버렸거든요. 하지만 날이 더 추워지고 알록달록 예쁜 단풍이 들면 그때 다시 올 겁니다. 내 한숨을 온전히 담아주는 창경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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