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책 소개글에서 처음으로 접한 책이다. 그런데 그 첫인상이 강렬했던 게 이 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전'과 책의 제목의 의미부터 알아버린 것이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이러한 방식으로 이 책을 처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의향이 있다면 아래 내용을 마저 보지 않고, 책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스릴러 책이다 보니까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내가 적는 내용 하나하나가 그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책의 결말을 다 알아서 소설도 두 번 이상 잘 보지 않는 나에게 반전을 알지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꽤나 큰 결심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과거의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스릴러 소설답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흐름이 긴장감 있게 몰아쳐서 읽기 시작한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반전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그러한 반전을 발견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여전히 있었다. 내가 알고 시작한 반전은 오히려 다른 시각에서 이 책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하나의 책에 몰입해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추리 소설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것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한 한 명이 죽으면서 사건이 시작되고, 독자마저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몰아넣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추리 소설을 읽으면 그 어느 책보다도 빠르게 다 읽어버리고, 추리 소설과 비슷한 맥락을 함께하는 스릴러 소설 또한 곧잘 읽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성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내가 추리 소설 혹은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어느 장르의 책보다도 사람의 욕망 혹은 본성에 대해서 솔직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릴러 소설을 보면 대체적으로 누군가가 죽거나 궁지에 몰리는 극한의 상황이 설정된다. 주변의 상황들이 인물을 조여 오고, 서로가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도 연출된다. 인물들은 각자의 속셈을 파악하려고 애쓴다. 상대방을 파악하고 덫을 놓는가 하면, 상대방을 파악했다는 생각조차도 이미 들켜 덫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그 어느 때보다도 본능에 충실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욕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릴러 소설은 우리가 감추거나 애써 잘 포장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상황 속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상적이고 행복한 이야기들로만 가득한 다른 소설이나, 정직하고 읽으면서 꼭 내가 실천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자기 계발서보다 현실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는 스릴러 소설에 끌린다. 이러한 스릴러 소설은 내용과는 무관하게 나를 지치게 하는 많은 인간관계로부터 위로해주기도 하고, 내가 타인이나 이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홍학의 자리 작가의 말에 보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에 대한 말이 나온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인물들은 결국 보면 그 내면에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욕망으로 인해서 모든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의 다양한 욕망 중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 주목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책의 후반부에 가서야 조금씩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 나는 또 하나의 반전을 찾은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서로 싸울 때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가 나였던 적이 많았다.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모습은 서로 내가 누구를 닮았는지 탓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내가 부모님에게 혼날 때도 이렇게 하면 밖에서 부모님이 욕먹는다며 혼난 적도 많았다. 형제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형제와의 비교도 있었다. 나는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밖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부모님이 서로를 탓하며 싸우던 게 사실은 내가 그들 중 누구를 닮아도 나쁘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부모님이 밖에서 욕을 먹기보다는 나 덕분에 그들이 칭찬받고 뿌듯해하시기를 원했다. 나의 다른 형제처럼 나도 해내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참 열심히 살았다. 교내의 각종 대회에서 상을 곧잘 타왔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이었으며, 반장과 부반장을 하며 반 내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고자 했다.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열심히 공부를 했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인정받는 우리나라 사회에 맞게 더 오랜 시간을 쏟았다. 나는 주변에서 좋다는 것을 다 했고, 이 방법이 주변의 인정을 받는 정답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어느 정도까지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나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에게 나는 항상 부족했다. 주변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반응에 많이 휩쓸리며 힘들어했다. 작가의 말과 이 책에서 말하다시피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잃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사회로 나오니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생 동안 인정받을 수 있는 내 주변의 사람은 끊임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걸 깨달아가는 과정은 내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게 힘든 일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낼 수 없는 과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나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최선을 다하되 그 과정을 되돌아보는 기준이 '다른 사람의 인정'이 아니라 '나의 인정'이 되고 싶다. 나를 인정하게 되면 나를 잃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사람의 인정도 따라오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인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나를 잃고 싶지 않으니 조금씩 노력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