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편] 짧은 3주지만 전략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이유
외국 대학에 진학 (또는 재학 중) 한다고 가정하고, 미리 알아두면 '살이 되고 피가 되는 팁 - 방학 알차게 보내기' 대하여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4년의 학부기간을 감안했을 때,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 대학을 기준으로 졸업 전까지 아래와 같은 방학기간이 대학과정의 유학기간 안에 포함됩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 뉴질랜드 등이라면 여름과 겨울이 뒤바뀐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12월. 3주가량의 겨울방학 x 4회
11월. 1주 정도의 추수감사절 x 4회
3월. 1주가량의 봄방학 (Spring Break) x 4회
5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의 여름방학 x 3회
총 15번의 방학을 어떻게 계획하고 보내느냐에 따라 유학생들은 '대학생활의 질과 경험치'가 현저하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Okay,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고 학기 중이며 방학 후 바로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추수감사절 방학과 봄방학은 '재충전'의 시간으로 보낸다 양보하더라도, 겨울과 여름 최소 7번의 방학! 어영부영 보낼 수도 있겠지만, 전략적으로 뭔가 유의미한 경험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유학을 준비할 때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 있겠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한 번쯤 생각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들입니다.
올해 지인의 아이가 미국으로 대학 진학을 했고, 나름 기숙사 생활에 대한 팁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방을 옮기게 될 것이고 졸업 후에는 또 이고 지고 이사를 해야 하니 '절대 불필요한 짐을 늘리지 말 것' 등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점을 두고 얘기한 것 은 (학교마다 정책이 틀리겠지만) 대부분의 기숙사는 11월 말인 추수감사절 기간과 12월 겨울방학 기간 동안 문을 닫을 것이니 '계획을 잘 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필자의 의도는 9월 학기를 이제 막 시작한 유학생이 첫 1학기를 마친 12월 겨울방학 3주 동안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기도 하고, 한정되어 있는 미국 생활 기간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경험해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 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3개월 동안 떨어져 지낸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소중합니다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야 하는 대부분의 유학생에게는 '사치'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3개월의 여름방학은 긴 기간으로 인지하고,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인턴 자리 등) 기회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반면, 겨울방학 동안은 어쩌어찌 시간을 때우며 보내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현지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캠퍼스는 텅 비어있게 되니, 유학생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텅 빈 캠퍼스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은 우울해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현지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선 본 글은 (북반구 기준) '12월 겨울방학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만 커버해 보겠습니다. 여름방학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럼 아무도 없는 캠퍼스에서 어쩌라고?
[1]. 현지인 친구를 활용하라.
가장 최선을 방법은 1학기 때 맘에 맞는 친구를 만났다면, 그리고 그 친구가 본인의 집에 초대해 주었다면 그 학생의 지역으로 같이 가서 지내는 것입니다.
만약 해외 경험이 처음이라면 현지인의 집에 머무르며 현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절호의 기회이고, 그 지역에서 단기 알바라도 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그 지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미국이나 호주는 지역이 워낙 넓기 때문에 지역마다 특색이 다른 지역들이 많은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친구가 미국도 한인 교포도 아닌 외국인이라고 하면 더 금상첨화입니다. 그 집에서 기거를 하지 못하더라도 (주변 호스텔에서 3주를 지내더라도) 외국을 현지인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렇게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표보다 외국으로 여행하는 경비로 쓰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입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두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 1. 필자의 2학년 기숙사 룸메이트는 뉴욕주 버펄로라는 지역에서 온 친구였습니다. 당연히 추수감사절과 겨울방학에는 버펄로로 돌아갔고, 지도를 보시면 버펄로에서 1시간 거리에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습니다! 버펄로까지만 이동한다면 그 친구의 집에서 신세 지면서 나이아가라와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캐나다 토론토까지 여행이 가능한 지역입니다. 캠퍼스에서 만난 절친 중 이렇게 일부러 '찾아서 가야만 하는 여행지' 지역 출신들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적극적으로 친구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예 2. 필자가 여름 계절학기를 들으며 만난 친구들 중 콜럼비아 출신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콜럼비아에서 미국으로 언어연수를 온 대학생 또는 직장인들이었고, 성격도 화끈해서 쉽게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몇 번 어울려 친해지고 미국 생활에 도움을 준 계기로 (물론 파티에서 술 먹고 친해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귀국하면서 주소를 적어주며 '놀러 오라'라고 몇 번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지나가는 얘기일 수 도 있었겠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3주간의 겨울 방학에 콜럼비아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2] 배낭을 꾸려서 떠나라.
첫 학기는 아무래도 친한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적어서 초대를 받지 못했다면, 혼자서라도 (또는 마음에 맞는 유학생을 포섭해서라도) 배낭을 꾸려 떠나야 합니다. 아메리카 대륙이라 한다면 눈 덮인 록키산맥과 캐나다 동북쪽의 프랑스 언어권 지역, 해변이 있는 남쪽, 뉴욕 등의 대도시...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야 갈 수 있는 여행지들이 넘쳐납니다. 호주라면 4개 대도시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외에도 태즈마니아, 뉴질랜드 등 3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행해야 할 지역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비용이 문제라고요? 최대한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고, 다인실 호스텔에서 묵는다면, 그다지 헝그리하게 몸을 혹사하지 않더라도 총 여행경비는 한국을 다녀가는 몇 백만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왕 해외에 나온 이상 이 4번의 '3주간의 여행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거나 성인이 되어 같은 곳을 여행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학생이기에 헝그리하게 다녀도 훨씬 더 값진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크리스마스 때는 여행 성수기 중 하나로 백패커나 호스텔을 이용하면서 전 세계에서 온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다음 방학 때는 그들의 나라로 초대되어 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부수적인 이득입니다.
참고로,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겨울방학 추천 여행지입니다. 미국 기준입니다.
- 추울 때 확실하게 더 북쪽 '설국'으로. 캐나다 퀘벡, 위니펙, 캘거리, 프린스 에드워드 섬 등. 스키장이 있는 곳이라면 알바를 하면서 스키도 탈 수 있습니다. 살면서 록키산맥이나 화이트 마운틴 (미 동북쪽에 자리 잡은 산맥)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몇 번이나 생길 것 같습니까? 내륙지방이라면 시카고 (겨울에 꽁꽁 얼어붙는 오대호도 한번 볼만함), 콜로라도 볼더 등 가볼 만한 중소형 도시는 넘쳐납니다.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DC 도 좋은 선택입니다.
- 추위를 피해서 남쪽으로. 지도를 펴고 아무 곳이나 손가락으로 짚으면 됩니다. 애틀랜타, 플로리다, 뉴올리언스, 뉴멕시코, 휴스턴, 옐로 마운틴, 그랜드케년 등. 시간이 허락하면 미 최남단이며 허밍웨이의 생가가 있는 플로리다 주 가장 끝인 Key West 까지도 한번 내려가 보시기를. 남부 지역의 문화와 히스패닉 문화권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3]. 이도 저도 아니면 3주 동안 캠퍼스나 주변 도시에서 알바라도 하자.
학생비자는 대부분 주 20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허용해줍니다.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방학 동안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예. 얼마 전 코로나 락다운 기간 동안 호주에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유학생은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규체 완화를 해주었음)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활을 해결하는 경제활동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기숙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에 호텔에서 묶는다면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로운 유학생이니 걱정할 게 없겠지만, 대부분은 유학생들은 이 3주 동안의 대체 숙박비용이 부담되어 한국행의 비행기표를 끊을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필자는 주변에 호스텔을 찾던지 민박을 하면서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어쩌면 생애 최초가 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외국에서의 첫 경제활동을 경험해 보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돈을 얼마나 벌고 말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단기 알바는 서비스업 또는 단순노동이 필요한 자리겠지만, 연말에는 언제나 충원이 필요한 일자리는 있습니다. 해외에서, 그리고 서비스업에서 일해볼 수 있는 그 '경험'을 사는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추가 수입도 발생할 테고, 장담컨대 호스텔 비용과 식비를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은 벌게 될 것입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비용을 커버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하더라고 괜찮습니다. 한국행 티켓 (미국발 약 2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봅니다)과 한국에서 쓰게 될 비용에 비하면 분명히 적은 금액일 것이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어쩌면 본인의 적성과 맞는 창업 아이디어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4]. 알바가 체질이 아니라면 대도시로 나가 NGO나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해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학생이거나, '내가 3주 동안 푼돈이나 벌으려고 유학을 온 게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면 사회환원의 일환으로 NGO 활동 참여를 제안합니다. 장담컨대 12월 겨울 대부분의 대도시에 위치한 NGO 들은 인력이 부족할 것입니다. 하루 종일 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숙소만 해결하고 (운이 좋으면 숙소 제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몇 시간 노숙인 쉼터, 장애인시설, 병원, 노양원 등에서 봉사하고 남은 시간은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겁니다. 3주 동안 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냐고요? 이렇게 맺은 인연으로 매년 같은 단체와 연결될 수도 있으며, 추후 이력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봉사활동 이력을 자신 있게 적어 넣을 수 있으며, 남을 위한 희생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인연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결론은 짧은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조금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네트워킹의 기회를 날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모든 유학생들에게 (아니, 모든 대학생들에게) 동일하게 4년이라는 학부생활이 주어집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학업과 지식 습득이겠지만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톡 까놓고 말해 겨울방학 3주 동안 책 읽고 공부할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 '네트워킹', '인맥'이라는 게 결코 짧은 시간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뭔가 대단한 네트워킹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황금 같은 겨울방학을 흐지부지 낭비할 수 없습니다. 총 7번의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학 4년 동안 학업 외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상일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연은 가만히 있는다고 찾아와 주지 않습니다. 이왕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면 악착같이 더 많은 인연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 이래도 3주간 한국행을 택할 겁니까?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