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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9. 2022

2.4 교육의 동반자 학부모

함께 하기에 어렵고 불편한 그들, 해결책은 없을까?

  학부모에 대한 문제는 어느 학교에서나 뜨거운 감자다. 학부모는 교육에서 학교와 함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학교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일차적 판단 기준은 본인들의 자녀이지만, 학교는 전교생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이라는 절대적 존재를 가운데에 둔 이상 함께 같은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재외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어떻게 학교를 바라보고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역할은 학교의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가정과 사회도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학교와 가정, 사회가 서로 연계하여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교육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외부 사람들은 우리학교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고 이는 많은 형태의 민원으로 학교로 오고 있다. 오늘은 우리학교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살펴보고 검토해본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일부 사람들은 우리학교를 들어가기 힘든 인기 있는 학교지만 입학 후에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민원 사항 중 가장 많고 학교를 힘들게 하는 것은 학생들을 수용해 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보다 전편입 업무는 몇 배 더 힘들고 가끔씩 이유 없이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여태 내가 들었던 말만 종합해 보아도 "한국학교인데 왜 한국 학생들 안 받아요? 법적으로 다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애들은 어디로 가요? 여기서 안 받으면 갈 곳이 없어요. 학교면 학생들을 책임져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등등 우리 학교의 성격과 실정을 모르는 감정적인 요청들이 대부분이다. 또 초등에서 실시하는 신입생 추첨식만 가봐도 떨어진 사람들이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태도가 변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일에 반감을 가지고 학교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비율이 한국에 비해서 높은 것은 분명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쉽게 우리에게 전해진다.


  모든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뒤에서 사적으로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공식적인 석상, 예를 들어 학부모 단톡방에서 학교를 공격하는 형태로 나오고 이 목소리들이 학부모들의 대표 의견으로 전달이 되는 것은 분명 교사들의 사기와 업무 진행에 있어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행동의 뒤에는 은연중 한국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전제되어 있다. 우리학교는 한인사회의 축소판이자 이해관계가 가장 쉽게 부딪칠 수 있는 공간이다. 교민들에게 우리학교는 단순히 학교의 의미를 넘어 한인사회 자체를 상징하게 되고 이곳 교민인 자신에게는 일정 부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또 이러한 형태의 인식은 실제 학교를 움직이는 주체들에게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 학교의 비판에 대한 내용을 보면 많은 민원들이 진행과정과 원칙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오직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들이 피해를 본 느낌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외부의 간섭에 맞서 중심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학교와 이 지역에 소재하는 타 국제학교와의 비교 관계이다. 우리학교와 타 국제학교(앞으로 국제학교로 칭하겠다.)에 대한 한인 사회의 인식을 비교해 보면(이는 단순히 한인 사회의 인식보다는 일반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에 가깝다.)국제학교는 비싼 학비를 내고 영어를 사용하여 수업하며, 국제학교 특유의 창의성과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수업을 하고 있고 한인 학교는 한국에서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한국에서 하는 교육이란 그냥 모두가 배웠었던 재미없고 지식 전달에만 치중한 수업일 뿐이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우리학교와 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러한 인식이 맞는 것일까?

  우리학교와 국제학교는 사용 언어와 교육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국제학교는 대부분 영어를 사용해 수업하고 있으며 설립 학교의 독자적인 교육과정 혹은 바칼로니아 과정(IB)이라 불리는 국제 규격의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보통 설립한 국가의 교육과정 스타일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흔히 하는 착각들 중 하나가 사람들은 국제학교가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반영하여서 외국, 특히 미국과 유럽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고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전세계 10위 안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가 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며 고등교육과정을 수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빠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인에서 결코 교육의 힘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정말 서구권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와 다른 국제학교들을 비교하자면 우열을 논하기 보다 선택과 방향성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사회는 유럽에 비해 경쟁 우선의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가 학생 선발과정에도 이어져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다방면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단기간에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6차 교육과정이 7차가 되며 학생들은 수능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 일반사회 중 역사를 포기하고 일반사회에 올인한다고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극적인 학업부담의 경감과 깊이있는 학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양와 우리의 차이는 교육에 기인하기 보다는 제국시대 이래로 이어져온 서양 중심의 학문계에서 우리가 변방일 수 없다는 점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우지만 한국학교에서는 한글을 배운다. 그리고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학부모들은 이런 말을 한다. 국제학교에서 2년 정도 영어를 배우고 한국학교로 전학 가는 게 하노이에서 가장 괜찮은 코스라고 말이다. 나름의 장점이 있는 국제학교를 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우리 한국학교보다 위에 있다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 그건 우리 전체의 자긍심과도 연관된 일이다.



  세 번째로는 한국학교 교사에 대한 인식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의견이 다르거나 학교폭력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갈등이 생겼을 때 교사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는 경우를 가끔 경험한다. 우리는 모두 한국에서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풍부한 현직 경험을 가진, 게다가 별도의 선발과정을 통해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교육 전문가들이다. 우리학교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점이 있다. 교사들이 어떤 일을 맡게 될 때 "NO"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거절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교육활동으로서 내가 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지 결코 능력이 없거나 하기 싫어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교사들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 능력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실 이 부분은 학부모들도 동의하는 편이다. 지난달 연구부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에서 본교에 학생을 보내는 이유 1위가 우수한 교원 및 교육과정, 2위가 한국과 동일한 교육과정, 한국 대학 진학 목적, 3위가 저렴한 교육비 순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학교에 대한 일부의 잘못된 인식을 쇄신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한인사회는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이고 이를 위해 학교만 홀로 건강한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와 가정, 사회가 협력 관계가 되었을 때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게 될 것이다.


  재미 있는 점은 학교의 교육활동에 많이 참여해 본 학부모일수록 학교에 협조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학교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제로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학부모는 학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외부의 사람들이 교육과 학교 업무에 대해 상대적으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분야의 업무가 그렇듯 실제로 일을 해보기 전에는 그 일의 특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한 번쯤은 우리의 업무 과정을 알려주고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 학교가 학부모와 소통을 하는 창구는 교사 개인과 학부모 개인이거나 혹은 학부모 간담회를 통한 자리뿐이다.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의 좀더 다양하고 직접적인 통로가 필요하다. 현재의 학부모 간담회는 민원에 대한 학교의 소극적 방어 차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이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하나씩 설명하며 학부모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때가 왔다. 가령 담임이 고려해야 할 부분들, 기본적인 담임의 업무, 예상 가능한 반의 갈등, 반의 분위기,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고민 등을 미리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더불어 학교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들, 기획부터 결재, 실행에 이르기까지를 공유한다면 한층 더 학교에 대한 입장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의 발달에 관련된 일들, 다툼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 학생들이 현재 배우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등 교육적인 고민까지도 공유한다면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가능성도 생길 것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본 글에서는 문제 인식과 단편적인 해결방안만을 제시하였을 뿐이다. 아니, 고민거리만 늘어놓았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들이 모인 우리 집단에서 함께 고민한다면 해결방안은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 우리부터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은 대화이다. 이는 비단 외국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편하다고 서로 도망가기만 한다면 결국은 제3의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교육 공동체만 남길 뿐이다. 불편하더라도, 힘들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교육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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