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3
생후 8개월까지의 기록
매 30일을 단위로 아이와 보낸 삶을 기록하려 했으나, 어느덧 수개월이 지났다. 굳이 변을 하자면 직장을 옮기며 디아블로 4를 구매하고도 처음 인트로 영상만 본 채 플레이는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일을 해볼 여유가 소진됐던 것 같다(게임을 할 정도면 아직 기력이 있는 것이라던 아내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동안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50일경에 동네 이탈리안 음식점으로 첫 외출을 계기로 쉴 새 없이 외출하며 꼬꼬맘과 터미타임을 즐기다가 아기체육관을 부수고 90~ 130일경에 뒤집기와 되집기를 하고, 100일 이후 스위밍 키즈 카페에서 여러 번의 물놀이도 하고, 트루맘, 노발락, 압타밀 등 여러 분유를 섭렵하다가 튼튼한 아랫니 두 개가 올라와 6개월에 첫 이유식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소파와 아빠의 허벅다리를 짚으며 일어서려 하고 있다.
종합하면, 평균 보다 조금 작게 태어나서 지금은 100명 중 8등 정도의 우람한 아이가 되었다.
부끄럽게도 90%는 아내가, 9%는 아내의 부모님들께서 키워냈고 나의 지분은 1%도 안될 것 같다.
장거리 출퇴근이라는 핑계로 출근 전 아침에 잠깐 보고 저녁에는 이미 자는 아이를 보고, 주말에 조금 더 분담하기는 하지만 결국 아내에게 유의미한 휴식을 줄 수 있지는 않았다.
육아휴직이 가능한 직장으로 옮겼으니 내년 1년은 오롯이 주양육자가 되어서 기여하는 것으로 첫 1년 동안 못다 한 죄책감을 덜고자 다짐한다.
이때까지 가장 힘든 사항은 아이의 목욕이었다.
분유 타기 먹이기 트림시키기 재우기 기저귀갈기 아기비데로 씻기기 놀아주기는 약간의 체력만 있다면 손쉽게(?) 가능하다.
목을 가누기 전 목욕, 목은 가누지만 앉거나 일어설 수 없는 시기의 목욕은 나에게 너무나 난제였다. 조금만 힘을 잘 못주면 해를 입을 것 같은 불안감,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넘어졌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씩 짚고 일어서니 샤워핸들의 도움을 받아 내가 씻겨봐야겠다.
기저귀만 찬 채로 옷을 벗기고, 얼굴을 닦아내고, 머리를 감기고, 기저귀를 풀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씻기고 모든 루틴을 정립하고 씩씩하게 해치운 아내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