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기린 May 28. 2023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으리

새로운 여행이 2/3 정도 지난 시점이 왔다.

여행을 하는 동안 '프랑스 방랑기' 연재를 마치고 새로운 방랑기를 연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름 오랫동안 만들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짬이 날 때마다 편집을 하고, 그리고 또 시간이 나면 블로그를 통해 나와 같은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경험을 공유한다.

그와중에 여행은 또 제대로 즐겨야겠으며,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욕심까지 있다.


특히 나는 글을 쓰는 데에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듯 하다.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것부터 단어를 선택하고, 한 문장을 적어내려가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글을 쓰는 도중에도 수십번의 퇴고를 진행하고 그러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써놨던 글을 모두 엎어버린다. 이는 아마도 나의 글 속에 숨어있는 열등감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 내가 가진 것이라곤 애정 뿐이고, 그 어떠한 전문성도 없으니 어찌보면 이런 열등감은 당연하다.


어쨌든, 이런 욕심은 나에게 독이 된 게 확실하다. 계획해뒀던 글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밀린 소재만 몇 개인지..

그래서 나는 오늘 브런치에 글을 쓴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건 없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꾸준히 멈추지 않기 위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일단 써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이동과 무너진 영양 밸런스, 축적된 피곤으로 어제 밤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다. 어제 빈속으로 타고 온 약 4시간의 미니밴 기행이 결국 몸에 무리를 준 것이 확실하다. 덕분에 오늘의 계획은 모두 리셋이다. 맛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시원한 과일 스무디를 마시는 대신 넓은 호스텔에 위치한 작은 나만의 공간에 누워 노트북을 켠다. 헤드셋을 켜고 유튜브에 올라온 내 취향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https://youtu.be/FinyH_HukGo). 그리고 그저 자유롭게 글을 써내려간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하나의 도전이다. 나홀로 처음 떠나는 여행이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한다. 무슨 상황이든 나홀로 겪어내야 한다는 것, 외로워도 함께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 아침부터 저녁까지 짜여진 스케줄과 이곳은 꼭 가야한다는 리스트가 없다는 것, 어디서 얼마나 묵을 것인지는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서야 또렷해진다는 것이 그렇다.


덕분에 나의 소재 곳간은 꽤 든든해졌다. 현재를 겪어낼 때는 알지 못했으나 지금와서 돌아보는 과거는 나에게 여러 자극을 선물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했고, 생각과는 다른 상황에 실패를 겪기도 했다. 항상 즐겁기만 했던 것도 아니기에 느낀 감정도 여러 개이다.


쓸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도 하다. 이것들을 다 글로 풀어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짐작하기 어렵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연재를 미루게 될 테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흐려져버린 나의 경험은 아무도 모르는 새 잊혀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며 새로운 최면과 결심을 해볼까 한다.


1. 아무도 나에게 완벽한 글을 기대하지 않으며 어차피 나는 완벽한 글을 쓸 수 없다.

2. 나는 지금 책을 쓰는 게 아니다.

3. 그러니 조금은 자유롭고 부담없이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내려가보자.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전하며,

다음 글을 기약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4.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