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스스로는 스포츠기자의 존재 이유가 (스타) 운동 선수들의 속마음을 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바로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 뒷 이야기도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론 예상치 못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믹스트존에서 벅찬 숨을 내쉬며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 뿌듯해진다. 이런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 생생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빨리 전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필자의 기사를 보고 함께 행복해지는 독자들을 보며 또 한 번 벅차오른다.
인터뷰 기사 쓰기는 정말 쉽기도 하고, 정말 어렵기도 하다.
쉬운 인터뷰
공동 인터뷰가 그 예다. 기자들이 여러 명 달라붙어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다. 자리 선정은 쉽지 않지만, 내가 해야 할 질문 15개를 15명이서 1개씩만 하면 되니 편하다. 물론 내가 꼭 하고 싶은 질문을 못할 때도 있고, 한 명이 이상한 질문으로 정해진 시간을 빼앗아 가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내가 생각한 질문 범위 내에서 질문을 하는 편이고, 그렇게 협업해서 따낸 인터뷰는 쓰기도 정말 쉽다.
멘트를 일문일답으로 처리하는 형식이 가장 쉬운 기사 작성법이다. 굳이 일문일답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써진다. 그만큼 깊이 있는 인터뷰가 아니란 뜻이다. 단체 인터뷰라 대체로 제목도 비슷하고 내용도 똑같다. 누가 더 재밌는 제목을 다느냐의 싸움 정도지 내용을 눌러보면 워딩이 다 똑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어려운 인터뷰
단독 인터뷰. 어떤 선수든 간에, 그 선수가 특급 스타든, 유망주든, 비인기 선수든 정말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질문을 내가 다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경직된 분위기도 풀어나가야 하고, 단독 인터뷰니만큼 속 깊은 이야기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선수면 그 선수 앞에서 기죽지 말고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분위기를 살살 풀어가며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비주류 종목 선수, 유망주들은 자료 조사 단계가 참 어렵다. 검색을 해도 정보가 없다. 이런 선수는 '내가 당신을 잘 모르지만, 최대한 이만큼 조사를 해왔어'라는 걸 어필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그들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래서 조금만 조사를 잘해와도 정말 놀라워한다. 이런 선수들과는 이 기회를 통해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가 아는가, 이 선수가 훗날 제2의 김연아, 제2의 손흥민, 제2의 이정후가 될지.
단독 인터뷰는 단독으로 했기 때문에 해당 선수도 내가 한 기사가 나오면 자세히 읽는다. 그만큼 부담이 된다. 또 깊이 있는 인터뷰이기 때문에 기사 쓰는 것도 상당히 공을 들인다. 비인기 선수라면 배경 설명을 먼저 하고 들어간다. 필자가 초년병 때 선배들이 밀어줘서 단독 인터뷰를 몇 차례 한 적이 있는데, 준비 과정-기사 쓰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이 성장했다. 준비 과정도 상당히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고, 밤을 새우며 기사를 공들여 써보면서 글빨이 확 늘었다. 이 과정을 많이 거치다 보면 훗날 베테랑 기자가 되었을 때 특급 스타를 상대로 분위기를 주도하며 깊은 속내를 이끌어내고, 기사도 빠르게 쓸 수 있으리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비주류 종목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나서 감사의 메시지를 받은 때다. 선수보다 선수 가족들이 더 좋아했다고 한다. 난 그저 내 일 하나를 한 것뿐인데, 누군가와 누군가의 가족들이 크게 행복해했을 거라 생각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해당 선수는 아직도 종종 필자가 써준 기사를 힘들 때마다 꺼내 읽는다고 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종목인데 어떤 기자가 와서 자신의 '젊은 날 한 순간'을 공들여 기록해 세상에 남겨줬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