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클라스, 서종민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2022년 1월, 볼륨 426쪽(주 제외)
긴 추석연휴에 읽은 책입니다. 원제는 [CORRUPTIBLE(2021)]. ‘타락하기 쉬운’, ‘부패하기 쉬운’, ‘매수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네요. 권력의 속성을 잘 표현한 제목이라 생각됩니다.
저자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의 국제정치학과 교수이자 정치 컨설턴트입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前대통령, 자선사업가, 사이비종교 지도자, 테러리스트, 독재자 등 세계 각지의 최고위급 지도자 수백 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사회과학 연구라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유시민 작가님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벌거벗은 세계사 : 권력자 편], 20세기 유럽 정치사를 이끈 권력자를 다룬 [역사를 바꾼 권력자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 하바드大 정치학과 교수들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을 읽었더니, 저만큼이나 책을 좋아하는 친한 아우가 “이 책도 한 번 읽어보면 권력의 속성에 대해 낱낱이 알 수 있게 된다”는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네 가지의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첫째,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 있는가? 둘째,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셋째,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게 놔두는가? 넷째,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야말로 부패할 수 있다”(31쪽)는 말에 권력의 속성이 집약되어 있네요. 더불어 “어쩌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권력이 아니라 환경일 수 있다”는 말에도 공감하게 됩니다.
1장 ‘권력의 진화’에서는 네덜란드 영장류 동물학자인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1982)]가 언급됩니다. 알파 메일(수컷 우두머리)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권좌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개체들의 지지와 약한 개체에 대한 돌봄 등을 통해야만 우두머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2장에서는 ‘생존자 편향의 오류’가 등장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증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비행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피탄 되었지만 살아 돌아온 비행기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실제 살아 돌아온 비행기를 관찰하기보단 적지에 격추된 비행기들을 살펴봐야 제대로 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권력에 대한 연구 역시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나야 함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오류에는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 Rich, Democracies) 즉 서양의, 교육받은, 산업사회의, 부유한, 민주주의자들이라는 표본의 편향성도 주의해야 합니다.
4장 ‘악한 리더를 감지하는 신호’에서는, 성격을 이루는 어둠의 3요소인 마키아벨리주의자,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에 대해 경계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6장 ‘모든 권력은 부패하는가’에선, 권력자를 왜곡하는 4가지 현상에 대해 다루는데요. 1) 더러운 손, 2) 나쁜 짓 잘하는 법 학습하기, 3) 기회는 찾아온다, 4) 감시를 의미하는 현미경 아래에서 로 설명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심이).
9장부터 12장까지는 열 가지 해법을 제시하는데요. 1) 지원자 풀을 늘리고 선별 과정을 강화한다. 2) 무작위 선출(제비 뽑기)로 감독 기관을 구성한다. 3) 사람들을 순환근무시켜 부당 거래를 방지한다. 4) 결과뿐 아니라 의사소통의 과정까지 검토한다. 5) 책임감을 자주, 강하게 상기시키는 장치를 만든다. 6) 사람을 추상적인 존재로 여기게 두지 않는다. 7)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8) 감독의 초점을 지배자에게 맞춘다(권력자도 감시를 받을 수 있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9) 無작위성(청렴도 시험, 선거감시 등)을 활용해 억지력을 높인다. 10) ‘원칙을 지키는 구원자’를 직접 만든다. B.C. 5C 로마의 신시네투스나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같은 지도자를 국민이 직접 선택하고, 스스로의 과업이 마무리되었을 때, 뒤 돌아보거나 망설이지 않고 스스로가 자신의 위치로 다시 되돌아온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권력에 취해있는 자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지요.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더 이기적이고, 동정심 없고, 위선적이고, 힘을 남용하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권력의 속성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