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생각하신 그 가수 김창완 님의 에세이입니다. 1954년생으로 서울대 잠사학과를 나오셨네요. 시대상을 반영해선지 지금은 없어진 학과입니다. 윤석열式 나이로 70세. 1977년 데뷔했고, 지금도 노래를 하고 계십니다. 배우로도 활동하시고 23년 동안 SBS 파워FM에서 아. 침. 창(<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을 진행해 온 라디오 DJ입니다. 이 방송은 올해 3/17일 종방 하였는데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두 시간 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이네요. 죄송하지만 전 한 번도 듣질 못했습니다.
아. 침. 창. 오픈 멘트를 모은 글입니다. 글들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대부분 짧습니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네 편과 자신이 졸업한 중학교 교지에 실었던 장문의 문장도 있습니다. 23년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성실성만큼은 보증하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와인과 우정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83쪽).”는 문장을 읽으며, 나이 듦을 상징하는 주름살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늙어가는 게 아닌, 성숙해 가거나 익어간다는 느낌으로요.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졸업(1967)> 이야기를 접하며, 대학 신입생 시절 미팅했던 약대생이 떠오릅니다. 지방라디오 방송에서 영화 시사회 초대권을 준다기에 정성껏 엽서에 사연을 적어 보내 초대권을 확보했거든요. 그 초대권으로 같이 본 영화가 바로 졸업입니다. 이 친구는 졸업 후 대학병원 원내약국으로 들어갔다는데, 늘 그 병원을 다니면서도 우연히라도 마주친 적이 없으니, 그녀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던 거 같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전 국민학교를 나왔습니다만 황국 신민을 양성하기 위한 곳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어 초등학교가 좋습니다) 방학 때면 어김없이 그리던 동그란 시계모양의 생활계획표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하루도 제대로 지켜본 적 없는 생활계획표를 짜느니 그 시간에 아침 체조를 하라는 작가님의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지금 생각해 보니 휴식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보다 더 많이 그렸어야 했네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랑 결혼하겠냐 물어보면 대부분은 ‘아니요’라 답하지요. 그럼에도 우리 집사람은 일초의 망설임 없이 저랑 다시 결혼하겠답니다. 저를 너무 사랑해서요? 음… 글쎄요. 아마 속 썩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그 복수를 하겠다는 대답인지 모르겠네요.ㅋㅋ 결혼하는 단서 조항으로 단, 성별을 바꿔서 태어난다면 이라니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작가님은 이 책 말고도 꽤 많은 책과 동시집, 그림책도 내셨더군요. 양희은 님의 두 권의 에세이만큼은 제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만, 70 평생을 살아오신 분의 글이니 허투루 들을 말들은 아닙니다.
“추억을 빼면 인생은 빈 껍데기입니다(274쪽).”는 문장을 접하며, 생물학적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꿈을 먹고살면 젊은 이고, 추억을 먹고살면 노인이라는 이야기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추억이란 결국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의 흔적이기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거라서요.
3월에 아침 방송을 떠나고, 4개월 만인 올해 7월 29일 같은 방송국 라디오 러브FM <6시 저녁 바람 김창완입니다>로 시간대만 변경하여 다시 돌아오셨네요. 이 방송은 시간 내 함 들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