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를 베르베르의 최신작 장편소설입니다. 두 권 구성입니다. 저자는 1961년 프랑스 生으로, 8살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미(1991)]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을 썼고, 35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3천만 권 이상 팔린 유명 작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독자들이 좋아하는 작가분이네요. 이런 베르나르의 책을 솔직히 저는 이 책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아, 이런 소재를 가지고 이런 작품도 쓸 수 있구나!”하는 느낌입니다. 올해 6월 말에 초판 1쇄가 나왔는데, 7월 3일에 1권 기준 7쇄를 찍은 걸 보면, 작가님의 팬덤 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네요.
니콜 오코너라는 호주출신 주인공(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오토포비아’ 성향을 지님. 단체(集團)의 힘을 믿는 사람)과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미국 뉴욕에 사는 동갑내기 주인공(무리 짓는 행태를 혐오하는 ‘안트로포비아’ 성향. 뛰어난 개개인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나옵니다. 이 둘은 우연한 기회에 국제 체스대회에서 만나 실력을 겨루게 되고(니콜은 폰(卒)으로, 모니카는 QUEEN으로), 이러한 대결이 체스판을 넘어, 자신의 신념을 걸고 全세계를 체스보드 삼아 승부를 펼치는 내용입니다. IRA 무장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의 붕괴, 이란의 핵 위기, 그리고 2001년의 9.11 테러라는 역사적 사건들을 엮어,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읽는 저를 소설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혼자의 힘이냐? 아님 대중의 힘이냐?(홀로 VS 모두)의 대결구도입니다.
두 주인공의 나이를 작가 본인과 같은 1961년생으로 설정한 것도 특이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과거와 현재를 지나 2045년, 두 주인공의 나이가 인생을 마무리할 즈음인 85세 미래에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평생을 라이벌이자 숙적으로 서로를 제거하려 한 사람이기에, 목숨을 걸고 총이 아닌 체스로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홀로의 힘이냐? 아니면 모두의 힘이냐? 에 대한 승패의 결과는 오직 독자들이 스스로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열린 결말이라고나 할까요?
소설은 픽션, 즉 허구의 이야깁니다. 허구이지만 그럴싸한 스토리여야 독자들을 끌어 들일 수 있을 텐데요. 스토리의 구성이 치밀하고 놀랍습니다. 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한 편씩 왔다 갔다 하는 구조이고여. 이런 작가이기에 수많은 작품에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라 생각되네요.
무더위가 절정이었던 지난 8월 중순에 1권을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예약해 둔 2권이 오랜동안 대출자가 반납하지 않아 시간이 흐르다, 안 되겠다 싶어 남구도서관 산하 다른 도서관 소장도서를 상호대차 신청하여 읽은 책입니다. 텀이 발생한 약 50일간을 2권의 내용과 결말은 어떠할까 궁금해했었는데, 이제 갈증이 해소되었네요.
소설에서 나오는 대화중 아래 두 문장이 마음에 쑥 들어와 옮겨 봅니다.
“한 때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서 남은 평생 같이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다’”(1권 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