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님은 서울大 인문대를 나온 서울시립大 겸임교수십니다. ‘아트 인문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유행시켰고, 유튜브 <아트인문학>을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이시네요. 매주 화요일 저녁에 새로운 내용이 업로드되고, 현재 누적 조회수(구독자수 아님에 유의)는 1,300만 회 이상입니다. 저도 구독中입니다.
副題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을 달고 있는데요. 작품에 관련되었거나 작가의 생에 담긴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서명인 [명화잡사]에서 雜史는 ‘잡스러운 역사’를 의미합니다.
명화 속 주인공에 대해서는 돋보기를 꺼내 가장 내밀한 곳까지 그의 주관적(개인적)인 역사를 들어다 보고, 역사 차원에서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듯 ‘멀리 물러나 보기’라는 상반된 두 개의 시선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명화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분들을 위해 감상법으로 ‘작품에 푹 빠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는 상상력 발휘’를 제안합니다. “시간을 (화폭에) 붙드는 것이 화가의 마법이라면, 이 붙들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 관람자의 마법”이라면서요.
영국 왕위에 9日이라는 최단기간 재위했다 목이 잘려나간 제인 그레이의 처형장면, 결혼을 6번이나 한 헨리 6세 등, 실려있는 도판만도 68개에 글 반, 그림 반(사실 글이 더 많긴 합니다)의 책입니다.
책을 읽다가 ‘천일야화’가 연상되었는데요. 샤리아르王이 왕비의 부정행위로 인해 모든 여성들을 혐오하게 되고, 매일 신부를 맞이했다 다음날 죽이는 일을 반복하죠. 이에 재상의 딸이었던 샤흐라자드(세헤라자데)가 신부가 되어 왕에게 밤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끝을 맺지 않는 방법으로 천일 밤을 이어나갔던 것처럼, 그런 재미를 줍니다.
외람됩니다만 제가 올해 읽은 미술 관련 책이 5권 이더군요. 양정무 님의 [난처한 미술이야기 1, 2, 3], 이창용 도슨트의 [이야기 미술관], [미술관을 빌려 드립니다 : 프랑스] 였는데요. 각 책마다 추구하는 방향이나 설명하는 방식들이 제각각인데,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알게 되고 감상할 수 있어 비교 감상 하는데 여러 명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생각됩니다.
그림이 많아 마음먹고 읽으면 하루면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림 좋아하시는 분, 스스로를 그림에 문외한이라 막막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