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비밀 : 그때 그 사람. 성수영
[명화의 秘密 : 그때 그 사람]
성수영, 한경BP, 2025년 6월, 볼륨 351쪽.
성수영 님의 세 번째 책입니다. [명화의 탄생]이 2024.03월에, [명화의 발견]이 같은 해 10월에 나왔습니다. 성수영 님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온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입니다. 한국경제에 매주 토요일 <성수영과 그때 그 사람>이란 고정 코너를 연재 중인데, 그간 쌓였던 내용을 정리하여 세 번째 책으로 펴냈습니다.
[방구석 미술관]을 쓴 조원재 님도 지금까지 세 권을 출간했는데, 1편과 2편 간격은 2년이었는데, 올해 나온 3편은 5년이란 세월이 걸렸더군요. 편을 거듭할수록 쓰는 게 쉬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려워지는 모양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지고, 깊이도 더해가야 한다는 점, 그간 다루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을 다뤄야 한다는 점이 그 이유라 생각됩니다. 성수영 님의 이번 책도 이러한 어려움을 프롤로그에서 피력하고 있습니다. 자료가 충분히 남아있지 않기에 2권, 3권으로 갈수록 작업이 어려웠다고요. 그럼에도 꾸준히 쓰겠다는 의지를 피력합니다.
이번 편은 자연과 추상, 여성과 모성, 빛과 어둠, 그리고 굴곡진 인생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 총 26명 화가의 작품과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생소한 화가들이 많이 출연합니다.
파트 1 ‘자연과 추상’에서는 앙리 마티스, 프란츠 마르크, 추상미술의 아버지이자 선구자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 그의 제자이자 연인 이었던 가브리엘레 뮌터 등 ‘청기사파’가 소개됩니다. “예술가는 색이라는 건반을 쳐서, 영혼에 진동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을 연주하는 존재다”라고 말한 칸딘스키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 밖에도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1940년 뉴욕에 온 피에트 몬드리안이 새로운 재료인 색 테이프를 활용해 <뉴욕시티>,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승리 부기우기> 등의 작품을 제작한 일화도 소개합니다. 연합국의 승리를 기원했지만 정작 종전을 보지 못하고 그는 1944년에 눈을 감았네요. 콜로만 모저, 유일하게 일본 작가로 ‘만화’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多작가 가스시카 호쿠사이도 소개됩니다.
파트 2 ‘여성과 모성’에서는 여성 작가 분들이 주로 나옵니다. “죽은 여자보다 더 가엾은 것은 잊힌 여자입니다”라는 시구가 인상적인 시를 짓기도 했던 마리 로랑생, 어머니와 아이 그림을 많이 그린 메리 카사트, 너무 익숙한 젠텔레스키, 몽마르뜨의 여인 수잔 발라동과 그의 아들 모리스 위스텔로, 미국 화가가 그린 작품 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인 <회색과 검은색의 배열, NO.1>의 작가 제임스 휘슬러를 다룹니다. 휘슬러의 이 작품은 1934년 미국에서 우표로도 발행되었고, 작품 이름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어디서 본 적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아마 보시면 “아하! 이 그림?” 하실 거예요)
파트 3 ‘빛과 어둠’에서는 삶과 죽음의 만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화가들을 다룹니다. 집안 모습을 주로 그려 ‘방구석 화가’로 불린 덴마크의 빌헬름 함메르쇠이, 피카소 이전 가장 유명한 스페인화가로 불린 호아킨 소로야(유명 스페인 화가로는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입니다), <소피아 황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작품으로 유명한 일리야 레핀, 여성의 성기를 확대해 그리고 작품명을 <세상의 기원>이라 붙여 논란을 일으킨 귀스타브 쿠르베, 죽음을 그린 아르놀트 뵈클린, 스위스 국민화가인 페르디난트 호들러를 다룹니다. <죽음의 섬>과 <생명의 섬>을 그린 뵈클린이 남긴 말, “삶과 죽음은 서로 붙어있다”는 말은 생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파트 4에서는 ‘그림에서 답을 찾고자 한 화가들’이란 부제를 붙였는데요. 초상화의 대가 영국의 토머스 로런스, 프랑스 베르나르 뷔페, 독일 로비스 코린트와 나비파(나비는 ‘예언자’라는 의미) 피에르 보사르, 에두아르 뷔야르, 불안의 화가 펠릭스 발로통이 소개되는데,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죠? 참고로 이 책의 표지 사진으로 채택된 그림이 펠릭스 발로통의 작품 <공(1899)>입니다. “공을 쫓는 소녀와 멀리서 대화를 나누는 두 명의 인물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구도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불안한 감정이 든다. 나무 그림자는 왼쪽에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자갈길을 통해 마치 소녀에게 다가가는 듯하다”는 작품해설을 읽다 보니 공감이 가더라고요. 불안의 작가로 불릴 만합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을 가득 채운 작품사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신문 칼럼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이런 책은 소장하심을 추천합니다. 깊어가는 늦가을에 단풍 보며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올해 85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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