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열심히 일한 부부가 주말에 만나 소주 한 잔 걸치며 대화를 나누다 걸어서 전당엘 간다.
오늘의 영화.
핀란드 여자는 울었다.
ㅡ그놈이 내 비디오를 훔쳐 갔어. 내 모스크바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어.
러시아 남자는 말했다.
ㅡ모든 인간은 다 죽어야해.
여자는 남자의 광산에 찾아갔다. 남자는 쪽지를 남겼다. 여자는 행복하게 웃는다. 점점 더 크게 웃는다. 쪽지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ㅡ엿 먹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남편을 보고 말했다.
"엿 먹어."
한 마디 더 얹었다.
"당신이 사람 땜에 힘들 때, 나도 저렇게 말해줄게.
'모든 인간은 다 죽어야해.' "
러시아 어느 곳으로 가는 6번 칸은 사람이 사람을 만난 장소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달리는 열차처럼 질주하는 삶에서 한 칸밖에 허용되지 않는 우연과 필연의 그 조합 덕인지도 모르겠다. 신호등을 기다리느라 옆에 선 남편을 새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