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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 ACT Dec 17. 2022

6. 다양한 존재의 내일을 향한 나누기의 움직임

<돼지춤>

무장애공연비평웹진 <리액트 re-act>     
                              순환의 회복 : <불이 되는 숨>, <꿈의 방주>, <돼지춤>
                                                                                                       글. 리액터 백범, 닻별







                                                        배리어프리 음독


[이미지 15] <돼지춤> 포스터 ⓒ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연 정보




지난 10월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관람한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돼지춤>은 7명의 무용수가 한 명씩 등장해 각자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막이 열리고 각자 다른 모양의 식물을 들고 들어오더니, 식물을 망가뜨리며 점점 난장판을 만든다. 이때 그림자를 통해 싸우고, 전쟁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사냥을 하는 등 인간의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림자는 익명성보편성확장성에 대한 효과적 시각 이미지를 준다. 또한 원근감과 교차하는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무대 위를 한창 어지르다 객석을 향해 누가 이랬냐며 책임을 묻는다. 이는 무대 위 상황에 직관적으로 적반하장의 감정을 일으킴으로써 지구를 난장판 만들어놓고 허공에 대고 책임을 묻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알레고리를 함축한다.


[이미지 16]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이 식물 모형으로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다음 장면에서 무용수들은 꽤 돼지 같은 돼지 인형을 가지고 나와 돼지와 함께 움직이다 같이 밥을 먹이기도 하고, 돌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며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코를 올린 채 테이프로 고정해 겉보기에도 ‘돼지처럼’ 보인다. 돼지 인형과 무용수의 몸이 엇갈려 일자로 엉덩이를 보이며 '돼지처럼' 게걸스럽게 소리 내며 먹는 모습은 기괴하여 웃음이 나다가 이내 공포스러워진다.     


돼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중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초래한 인간의 기계화와 인간소외현상 장면 위를 뛰어다니는 펭귄 가족. 무용수가 먼 저편에서 무대 중앙의 북극곰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와 꼭 안고 한 바퀴 도는 장면. 마지막으로, 천장에서 캥거루가 내려오고, 무용수들이 캥거루처럼 후드티 주머니에 품고 있던 다양한 동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로써 작품은 식물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공생을 보여준다.


[이미지 17] 아치 자세를 한 무용수 배 위에 돼지 인형이 올려져 있다. ⓒ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이미지 18] 무대 위 “Lunch time.”이라는 문구 아래에 펭귄 색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펭귄 인형을 위로 날아가는 듯이 들고 있고, 그 뒤에 흰색 옷을 입은 무용수는 아기 펭귄 세 명을 안고 있다. ⓒ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무용수들은 ‘돼지춤’을 추며 이곳의 주인공은 동물들임을 암시한다. 작품은 실재와 비슷한 동물 인형을 활용해 귀여움과 잔혹함을 넘나들며, 다양성의 공존을 축소된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 몸짓과 ‘말짓’은 포기하고 희생하는 빼기(-)가 아니라, 다양한 존재가 따로 또 같이 존재하여 ‘1’이 되는 나누기(÷)의 미학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 조성이 아닌 회복될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낙관적 에너지를 준다. <돼지춤>에서 “동심(童心)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어린이청소년무용 작업 프로젝트)”은 이렇게 형성된다.


[이미지 19] 후드티를 입은 7명의 무용수가 천장에 달려있는 캥거루 인형을 반원으로 둘러싸고 쳐다보고 있다. ⓒ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돼지춤>이 말하는 나누기를 통한 다양성 공존을 위해서는 해양, 삼림, 생물다양성을 복구하고 보호하여 함께 숨 쉬고, 스스로 숨 쉬는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린피스에서 조사한 과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온실가스 저감을 통해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기후변화 완화와 이미 변화가 진행 중인 기후환경에 맞게 사회적 인식과 적응체제를 바꾸는 기후변화 적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구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생태계는 적응과 완화에 필요한 여러 측면에서 기여한다. 전 세계적으로 토지의 15%, 민물의 21%, 해양의 8% 미만이 보호구역으로 돼 있다. 그중 대부분은 훼손을 방지하거나 기후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미흡하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기능의 회복력을 세계적인 규모로 유지하는 일은 현재 자연에 가까운 생태계를 포함해 땅과 민물 바다의 30~50%를 효과적이고 공평하게 보전하는 데 달려있다.     


<돼지춤>의 시발점은 이제서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각성한 인간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진심 어린 사과다. 하지만 반성과 사과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지금, 여기, 나(개인)로부터 지난날을 성찰하고, 지구의 내일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다르고 같은(같고 다른) 존재들의 공존, 그것을 향하는 나누기의 움직임. 안 돼! 안 돼? 돼지! 나도 돼지! 너도 돼지! 우리 뭐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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