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노동 뒤에 뇌는 정지

by 서은

나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에릭호퍼가 평생 노동의 시간에 사색했다는 그 말을 완전히 믿었던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일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사색을 깊게 담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이 생각은 정말 어리석었다.


그동안 고강도 육체노동을 경험하면서, 이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뇌는 정지 상태에 빠졌다.

과도한 육체노동은 뇌가 사고할 수 있는 능력조차 앗아가 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취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색을 위해서 뇌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온전히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대 나는 이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동안 힘겹게 배운 IV, IM 기술을 뒤로하고, 단순한 육체노동을 선택하려 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배운 것을 잘 활용해서 본질에 집중할 거다.

일에 집중하고 일을 잘하는 게 본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일을 잘해야 비로소 다른 부차적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막말하고 텃새 하는 직원에게 싫은 티를 냈는데, 결국 왕따를 당했다.

말 많은 여초 집단인걸 망각했다. 싫은 티를 낸 나의 태도가 어떤 말로 와전됐는지 모르겠지만,

한 달 동안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왕따를 당했다.


통합병동에서 일하는 동안 막말하는 직원을 참을 수 없었다.

요양병원에선 누명도 써봤지만 다 참아냈는대 이제는 왜 이런 게 참아지지 않는 걸까..


몸과 마음이 지쳐서 한동안 독서도 일기도 성찰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은 있었으니 경험을 소중히 여기자.


본질을 보는 동시에 이면에 숨겨진 것들도 간과하지 않으리.

생각을 좀 더 깊게 하자.

기본을 지키며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다짐한다.

본질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