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7년인지 8년인지.
그때도 지금도 연고지도 없는 곳을
샅샅이 뒤져서 집을 찾아내고
몸을 꾸겨 넣었습니다.
추억까지 옮겨주는 이삿짐 센터는 없습니다.
기억까지 정리해 주는 입주청소는 없습니다.
좋은 기억은 잊히고 아픈 기억만
가늘게 내 동선을 쫓아옵니다.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그 와중에
버리고 버렸지만 더 버릴 게 남았습니다.
이제는 남의 집이지만 기어코 상자에 들어와서
괴롭히는 리모컨 하나처럼.
정리 안된 새 집에 무지하게 널브러진 짐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봅니다.
제자리가 아닌 짐들 역시 어색합니다.
저들은 분명 밤새 수군거릴 것이고
머리가 아파오지만
조금만 버티면 나는 곧 일어날 거야.
파랑새는 찾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는 사실은 잠시 잊었습니다.
그 와중에 웃으며 저 멀리서
구세주처럼 내 짝꿍이 들어옵니다.
조금만 상처를 주거나 받거나 할 수 있게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