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이사 갈 준비를 합니다.
거꾸로 날짜를 세어가며
나만의 빨간 날을 달력에 만들어둡니다.
무엇인가를 무작정 버리기도 해 보고
계산 없이 나눠주기도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최대한 가벼워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납니다.
이사는 그저 누워서 보이는 하늘의 위치만,
창 밖에 들리는 익숙한 소음의 높낮이만
조금 바뀌는 과정 중에 하나입니다.
밤새 뒤척이며 생각합니다.
작년의 나를, 작년에 도착한 나는 재작년의 나를,
거울로 거울을 비춰봅니다.
아마도 세상과 나의 틈은
그 거울 속 수많은 거울과의 한 뼘 정도입니다.
밤새도록 흐르는 글씨들이
문장이 되어 역사에 남지 않게
이삿짐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나는 사실 언제부터인가 계속 이사 중입니다.
아니 도망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