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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y 15. 2024

이사 가는 중 입니다.

떠나기 3일 전

나는 요새 이사 갈 준비를 합니다.

거꾸로 날짜를 세어가며

나만의 빨간 날을 달력에 만들어둡니다.


무엇인가를 무작정 버리기도 해 보고

계산 없이 나눠주기도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최대한 가벼워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납니다.


이사는 그저 누워서 보이는 하늘의 위치만,

창 밖에 들리는 익숙한 소음의 높낮이만

조금 바뀌는 과정 중에 하나입니다.


밤새 뒤척이며 생각합니다.

작년의 나를, 작년에 도착한 나는 재작년의 나를,

울로 거울을 비춰봅니다.


아마도 세상과 나의 틈은

그 거울 속 수많은 거울과의 정도입니다.

밤새도록 흐르는 글씨들이

문장이 되어 역사에 남지 않게

이삿짐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나는 사실 언제부터인가 계속 이사 중입니다.

아니 도망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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