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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y 16. 2024

이사하는 날.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년을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7년인지 8년인지.

그때도 지금도 연고지도 없는 곳을 

샅샅이 뒤져서 집을 찾아내고

몸을 꾸겨 넣었습니다.


추억까지 옮겨주는 이삿짐 센터는 없습니다.

기억까지 정리해 주는 입주청소는 없습니다.


좋은 기억은 잊히고 아픈 기억만

가늘게 내 동선을 쫓아옵니다.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그 와중에

버리고 버렸지만 더 버릴 게 남았습니다.

이제는 남의 집이지만 기어코 상자에 들어와서

괴롭히는 리모컨 하나처럼.


정리 안된 새 집에 무지하게 널브러진 짐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봅니다.

제자리가 아닌 짐들 역시 어색합니다.

저들은 분명 밤새 수군거릴 것이고

머리가 아파오지만

조금만 버티면 나는 곧 일어날 거야.


파랑새는 찾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는 사실은 잠시 잊었습니다.


그 와중에 웃으며 저 멀리서

구세주처럼 내 짝꿍이 들어옵니다.


조금만 상처를 주거나 받거나 할 수 있게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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