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이 꼬여서 본의 아니게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잦아지고
나름 그 생활을 즐기고 있긴 하다.
그러다 보니 친한 몇몇은 내 점심메뉴를
궁금해하곤 한다.
'오늘 뭐 먹었어?'
'한식뷔페, 백반 먹었어요!'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다가
혼자 밥 먹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너 참 씩씩하구나.'
씩씩하다.라는 말이 낯설다.
어릴 때 이후로 들어 본 적 없는 말이라서
오글거리기도 하고 간지럽다.
돌이켜보면 내게 펼쳐진 어떤 상황이든
씩씩하게 대처했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씩씩하게 도망치기도 했지
더 씩씩해지면 과격해지니까
스스로를 깊은 방에 종종 가둬놓기도 했구나
'너는 혼자도 잘하니까.'
'너는 혼자가 익숙하니까.'라는 몇 문장으로
무엇을 하든 거의 모든 걸 혼자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정하고 그에 따른 주변의 훈수와 질책을 감내하면서 아이러니하게 더 씩씩한 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씩씩함으로 가리고 싶은 많은 것들이
내 안에 곪아가고 있을 텐데 말이지.
어찌 됐든 칭찬에 인색해진 주변을 돌아보며
우연히 주어 담은 씩씩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