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생각이란 걸 좀 하고..

공감, 배려 그게 뭔데?

by 차크라

"너는 도대체 머릿 속에 필터가 있기는 한거야?"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도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내 남편에게 이 말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편은 회사 일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샤라락 놓아버리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돌변하기 일쑤이다. 문제는 남편의 행동이나 던지는 말들은 가시를 넘어서서 날카로운 비수처럼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는 하는데 기분대로 말을 뱉어버린 사람은 시간이 지나서 사과하면 그만이겠지만 그 말을 이미 들어버린 상대방은 사과를 받아주기는 한다지만 벌어진 상처가 그리 쉽게 아물진 않는다. '저 사람 원래 화가나면 말을 너무 함부로하는 경향이 있어!' 10년 가까이 살면서 터득한 사실이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 순간 감정 쓰레기통으로 나를 대하며 말을 마구 쏟아내는 남편의 말은 여전히 들으면 아프고, 감추고 있었던 예전의 기억들까지 소환하여 나를 힘들게 하고는 한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 그리고 배려를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은 아마도 상대방이 나에게 보이는 행동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 또한 중요한 사람이나 중요한 미팅이 잡히면 나의 옷차림을 시작으로 어울리는 구두 어울리는 악세사리 그리고 만나면 어떤 얼굴 표정과 어떤 말투로 어떤 단어들을 나열할지 미리 머릿 속에 떠올리기 마련인데 거기에 쏟아내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크다. 그러다보니 긴장되는 순간을 지나고 나면 한껏 부풀었던 고무 풍선의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맥이 풀려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그 느낌은 '내가 지금 존중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기 충분한데 그 순간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나를 배려하는 그 사람에게 고마움과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필터링 안되고 불같은 성향을 지닌 양자리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다. 순하고 새하얀 양을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양자리 세상 속 사람들은 거친 들판에서 커다란 뿔로 영역 싸움을 하는 산양을 나타낸다. 항상 호전적이고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언제든지 전쟁을 치룰 준비가 되어있다보니 상황을 몸이 느끼는 대로 판단하고 반응하기 바쁘다. 양자리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 상대방들은 생각한다. '내가 이 말을 듣고, 이런 행동을 보고 참고 있어야 하는거야 아님 나도 똑같이 맞대응해야 하는 거야?' 참는 걸 선택했던 나는 오랜 세월 시간이 흐른 뒤 내 마음에 받는 생채기가 생각보다 깊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 나 또한 맞대응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싸움은 더 크게 번지고 서로 뒤돌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선까지 넘겨 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때의 나는 참는 걸 선택했지만 나의 감정의 골은 깊은 골짜기처럼 깊이 파여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과 행동은 항상 상처를 남기고 앙금을 남긴다. 아무리 홧김에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열심히 공들여 지은 탑을 한 순간에 무너트릴 수도 있는 것, 바로 생각없이 한 말과 행동이다. 문득 나 또한 어떤 순간, 누군가에게 필터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덮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 인생 속에서는 나 자신이 주인공이고 나의 주변인들은 주인공인 나의 들러리와도 같다. 하지만 내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꼭 남의 인생의 들러리 서는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아마 그 기분은 주연자리를 빼앗기고 조연자리에서 그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버렸을 때 그리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쏟아졌을 때 느끼는 감정과 매우 비슷할 것이다. 사자자리 사람들은 내 삶에 대한 애착이 그 누구보다 강하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주인 의식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갖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주는 상대방의 배려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상대방의 호의가 내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면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난 주인공인데!)'라는 생각에 빠져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트리기도 한다.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 나의 친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고나서 한껏 자신감에 들떠 있었는데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퇴사를 스스로 결정한 이유는 너무나 능력있고 대단한 자신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도 않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거리들로 자신을 소비하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었다. 에휴..이 철 없는 것..지금은 그 친구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도 미친 짓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얼마나 무모하고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인지를. 주인공인 나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배려는 너무나 당연해서 감사한 줄 모르고, 주인공 대접이 소홀하다고 느낄 때면 관대함 넘치던 동물의 왕 사자는 사나운 맹수로 돌변해 필터링이 전혀 먹히지 않는 안하무인이 된다. 허세와 오만함으로 가득한 사자가 아닌 약한 동물을 배려하는 사자가 훨씬 멋지고 강해보인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바람따라 구름따라 내 의식의 흐름이 흐르는 대로. 나는 그렇게 자유인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는데 나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은 어땠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고 나서 그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한한' 책임감' 덕분에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던 나의 인생사를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초1인 아들이 "왜 이렇게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돼?" 하고 물으면 나도 "엄마도 밥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엄마의 역할이니까 꼭 하는거야. 엄마가 너 밥 안 해주고, 밖에서 친구랑 놀러 다니면 어떨 것 같애? 그렇게 해도 괜찮아?" 사수자리 사람들은 가장 낙천적이면서도 자유 분방한 기질을 갖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 구속과 복잡한 규칙 그리고 의무감은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다. 하지만 나의 자유로운 선택에는 꼭 책임감과 주변사람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리 나의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나는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누군가의 인생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지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치 연차를 내고 싶어도 동료 눈치가 보이는 그런 것 처럼..내가 키덜트(kid+adult)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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