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가을입니다. 첫 주문받겠습니다.”
“저는 개구리 호수 홍차로 하겠어요. 외로운 연잎 향에 찬 바람을 듬뿍 얹고, 잠자리 날개를 좀 뿌려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올해 호수 분위기가 유난히 쓸쓸하답니다. 개구리는 몇 스푼 넣을까요?”
“울음은 빼고 딱 두 스푼만 넣어 주시겠소? 밤에 잠이 안 올 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럼 재미없고 싱거울 텐데요, 손님. 귀뚜라미 소리라도 섞어 드릴까요?”
“허허허, 즐거운 혀를 갖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제가 소리 낼 수 있어요. 라라라!”
“해마다 같은 맛이라 지루하실까 봐 오늘은 특별히 뜨뜻미지근한 맛도 판매합니다.”
“아니요! 제발 계절을 섞지 마세요. 이미 여름을 떠나보냈다고요. 보세요. 이 갈색 트렌치코트를요. 쌀쌀한 맛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입니다. 올여름은 정말 지독하지 않았습니까? 땀에 젖은 별들이 밤마다 울어 댔어요. 얼음물을 나눠 주느라 창문을 닫을 수도 없었지요. 그토록 무섭다는 귀신 영화도 뜨거운 밤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요.”
“손님······혹시, 별이 잘 보이는 곳에 사시나요?”
“그렇습니다만?”
“역시 멀리서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사실, 제가 버려진 별들을 돕고 있어서요. 제법 요즘 괜찮은 빛이 나거든요.”
“오호!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주로 사연 많은 별들이지요.”
“이런! 사연 많은 별들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직 저에게 마음을 다 열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별빛이 사라지지 않게 보살피고 있을 뿐이니까요.”
“참 오랜만에 듣는 아름다운 얘기로군요. 어쩐지 가을 전문점 주변이 반짝거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오호, 자세히 보니 점장님의 눈동자에도 별이 보입니다.”
“네? 그럴 리가요?”
“허허허, 농담입니다. 오히려 제 머리가 더 반짝일 테죠. 대머리가 된 지 몇 년 됐네요.”
"하하하.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정말 대리석처럼 매끄러우신걸요? 개구리들이 미끄러질 만큼요."
"그래서 개구리울음을 빼 달라고 한 겁니다. 녀석들 분명히 소리를 지르며 대머리 미끄럼틀로 달려들 테니까요."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선견지명이십니다."
"오래 산 탓이죠 뭐. 허허허."
"손님, 곧 개구리 호수 홍차가 준비될 겁니다. 이름을 부르면 계산해 주시고,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성함이?”
“반 짝여입니다.”
“네, 반 짝여 님. 기다려 주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