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콜록콜록. 제가 돋보기를 안 들고 와서 메뉴가 잘 보이질 않네요.”
“괜찮습니다. 손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말씀해 주시면 가장 비슷한 메뉴를 찾아 드리겠습니다.”
“콜록콜록.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에게 가장 가을다운 걸 가져다주고 싶어요. 콜록콜록. 아들이 걷지 못한 지가 오래됐어요. 올가을엔 꼭 같이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어제 아들의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거든요. 콜록콜록.”
“손님, 혹시 가을 감기에 걸리신 건가요? 기침이 심하신데요?”
“아니에요. 작년부터 이렇답니다. 위장에 걱정의 산이 너무 많아서 생긴 위산과다라고 하더군요. 콜록콜록. 걱정의 산이 식도까지 차 올라 목 안에 작은 상처들을 내는 거예요. 콜록콜록. 제가 가을 감기에 걸렸다면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콜록콜록."
“아드님도 걱정이지만 지금 손님의 상태도 안 좋아 보이십니다. 이런, 기침 소리가 너무 시큼합니다. 걱정의 산부터 좀 진정시켜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다가 목소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바쁘시지 않다면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직 판매 결정이 안 난 비매품이 있는데요, 손님께 꼭! 드리고 싶어서요. 하지만 먼저 사장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아서요. 이게 아주 귀한 거라 가격 책정도 아직 못했거든요.”
“그렇게 귀한 거라면 많이 비쌀 텐데요. 콜록콜록. 저는 그런 여유는 없는 처지라서······.”
“손님, 제가 드리려고 하는 건 샘플입니다. 광고 차원에서 드리려고 하는 거예요. 특히 기침하시는 분에게 정말 좋은 거랍니다. 잠깐만요, 사장님과 전화 통화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기다릴게요. 콜록콜록, 콜록콜록.”
“손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께서 특별히 허락해 주셨어요. 꾀꼬리버섯 스무디라고 들어 보셨나요? 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걱정을 삼키고 떠나는 가을 꾀꼬리의 깃털을 듬뿍 넣어 만든 스무디랍니다. 다만 새의 비린내가 좀 심해서요 살구향 버섯을 갈아 넣어 향기롭게 즐기실 수가 있지요. 지금 당장 한 컵 드시겠어요? 걱정의 산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꿀꺽꿀꺽 와! 살구향이 기가 막히네요. 꾀꼬리의 비린 맛은 전혀 나지 않아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손님?”
“제 몸이 날아갈 것 같아요, 가벼운 깃털처럼요. 흐흐흑"
“손님, 우시는 거예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손님?”
“아······아닙니다. 걱정의 산이 이렇게 금세 사라지다니 너무 기뻐서요. 저는 이름 없는 성악가예요. 노래를 잊고 지낸 지 한참 되었지요. 더군다나 기침이 나오는 목으로 노래를 부를 순 없었어요. 그런데······어쩌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흑흑.”
“기쁨의 눈물이군요. 저······손님, 괜찮으시다면 지금 흘리시는 눈물 몇 방울만 기부해 주시겠어요? 저희 가을 전문점에선 희망을 모으는 일도 한답니다."
“제 눈물이 그렇게까지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이죠, 손님.”
“그럼 가장 뜨거운 온도로 기부하겠습니다. 뚝뚝.”
“뜨거운 눈물을 기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곳에 쓰일 거예요. 감사의 표시로 모든 스무디 구매에 쓸 수 있는 15% 할인쿠폰을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들을 위한 가을은 제가 가서 직접 노래해 주겠어요. 언젠간 아들과 같이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네. 언제라도 방문해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