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저······가을 전문점에서 가장 쓴맛은 무엇입니까?”
“아니 어떻게 아신 건가요?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 때문에 올해 낙엽이 유난히 쓰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쓴맛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가을 기온 차가 꽤 심해서요. 가을 새벽 2시 향으로 맞춰 드리면 쓴맛이 더 극대화된답니다. 여기에 축축한 가을 지렁이의 주름을 섞으면 어떨까요? 좀 더 섬세한 쓴맛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 작은 컵으로 한번 시음해 보시겠어요? 자, 여기 따라 드릴게요.”
“꿀꺽. 꿀꺽. 꿀꺽. 오오! 이건 정말 좋군요. 딱 제 취향이에요. 세상에! 가을 지렁이의 주름이 이렇게나 섬세하다니! 여기에 짭짤한 눈물 한 방울이면 크하······.”
“눈물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손님, 혹시 슬프신 거예요?”
“네. 어제 이별을 했거든요. 눈물은 저에게 많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텀블러를 가져왔으니 여기에 담아주시겠어요? 금이 가긴 했지만, 아직 쓸만하답니다. 꼭 제 마음처럼요. 더블샷으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을볕 손수건을 빌려 드릴까요? 눈물을 금세 말려 버리거든요.”
“고맙습니다. 하지만 손수건은 필요 없어요. 가을 눈물은 겨울을 준비하게 하니까요.”
“겨울이 혹독하지 않길 바라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손님. 곧, 가을 새벽 2시 낙엽 차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계산해 주시고,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이름이? ”
“정 리해입니다.”
“정 리해 님 기다려주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