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문점 5

가을 노래 메들라테

by 도윤경

“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가을 노래 메들라테에 알록달록 메이플 골드 시럽을 촘촘히 뿌려 주시겠어요? 찍찍!”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가을 노래는 어떤 장르로 넣으시겠어요?”


“그건······. 찍찍!”


”잠깐만요! 오버핏 하얀 셔츠가 멋지신데요? 와우! 두꺼운 금목걸이가 눈이 부십니다. 혹시 힙합?”


“하하. 네. 가을 힙합으로 하겠어요. 외국곡도 좋고요. 찍찍!”


“흠흠, 저······손님, 올가을 새로 나온 힙합 노래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올가을 새로 나온 노래요? 그럼 제가 한 번도 안 들어 본 노래? 어······그런데 점장님 얼굴이······. 찍찍!”


“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만든 곡이고 제가 부른 곡이라서요. 부끄러운 랩도 합니다.”


“큭큭큭. 찍찍!"


“흠흠. 손님 죄송합니다. 저의 욕심이 지나쳤나 봅니다. 여기 노래 메뉴판이 있으니 여기서 골라 보심이······.”


“듣고 싶어요! 그렇잖아도 점장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지막하지만 가을 웨이브가 느껴집니다. 기대되는데요. 혹시 라이브? 찍찍!”


“네! 라이브도 가능합니다. 일단 가을비를 내릴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밤송이 가시 빗으로 가을 공기를 살살 빗겨 주시면 됩니다. 가을 공기가 긴 머리처럼 치렁치렁하지요? 가시 빗에 찔리면 눈물 같은 가을비가 내릴 겁니다. 가을비 소리는 제 노래의 배경이 될 거예요. 손님, 준비되셨나요?”


“앗! 따가워! 밤송이 가시 빗을 손으로 쥐는 게 쉽지가 않네요. 여기엔 손잡이가 없습니다. 제 손의 통증도 노래의 일부인 가요? 찍찍!”


“맞습니다. 손님의 감각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많이 아프진 않으실 거예요. 적당히 슬픈 기억을 흔들어 놓을 뿐이니까요. 비가 내리면 빗질은 그만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라이브 음악이란 이런 거군요. 벌써 적당한 슬픔이 느껴져요. 앗!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찍찍!”


“나를 모른척해 별이 흘리는 눈물

이제 캄캄해진 밤하늘의 빗물

반짝이던 불빛이 꺼진 사이

새까만 심장이

나에게 제의하는 용서

오! 맞아 힘들어서

말 한마디 삼켜 버린 게

목에 턱 걸릴 때 그걸 뱉어야 했는데

이건 더 심해 내 위장이 사과 안 해

별에게 별일이라며 단 하나도 안 미안해

꿈일까

불 꺼진 방안으로

훅 들어온 별빛에

사과의 말 소화된 걸 변명하다가도

또다시 널 안아 주긴 지나친 사랑

이제 지나쳐 지쳐 이대로 지나가 줘

너는 눈부셔 너무 반짝거려서

하루하루가 빛나 마음이 아렸어

머나먼 별자리로 돌아가 줘

수군대면 눈을 꼭 감는 거야

별과 이별한 사람이래

캄캄해진 저 하늘 아래”


“점장님! 마음이 비에 젖는다는 게 이런 거군요. 찍찍!”


“흠흠, 제 뺨이 또 빨개졌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답니다. 땀을 좀 닦겠습니다. 너무 긴장했나 봅니다.”


“점장님의 음악은 최고였습니다! 덕분에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 하나가 살아났어요. 좀 슬프지만요. 점장님 노래 메들라테로 하겠어요! 무한 반복으로 해주세요! 그런데 참! 이 노래의 제목은 뭔가요? 찍찍!”


“별의 사연입니다.”


“별의 사연. 와 너무 멋진 제목이네요. 찍찍!”


“감사합니다! 저와 기념 촬영 한번 해주시겠어요? 이 가을의 손님을 기억하겠습니다.”


“네! 이 가을의 영광입니다! 찍찍! 찰칵!”


“곧 가을 노래 메들라테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계산해 주시고,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이름이?


“찍찍! 하얀 쥐코입니다.”


“하얀 쥐코 님 기다려 주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