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헥, 헥, 아직 남아 있나요? 가을 한정 코트라미수 케이크 때문에 급히 달려왔거든요. 아아 숨이 너무 차네요.”
“네 손님. 다행입니다! 바로 오늘 하루만 판매한답니다. 꼭꼭 여민 가을의 코트를 모델로 만들었지요. 진열대에 놓고 싶었지만, 짙은 고독의 코트라미수라서요. 유리 장식장에 너무 오래 진열되어 있으면 우리 모두가 힘들어지거든요. 가슴 한쪽이 뻐근해진다고나 할까요? 말로 설명하긴 힘듭니다. 이건 마치 봄 소풍의 반대편 끝 같은 맛이지요. 강한 가을의 단맛 디저트랍니다. 어른의 맛이지요. 한 조각드릴까요? 차갑고 그늘지게 포장해 드리겠습니다.”
“고독의 코트라미수라니.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려 오네요. 하루에도 몇십 개의 코트 디자인을 하는 저에게 딱 맞는군요. 일에 치여 산지 벌써 몇 년 째지요. 하하, 짙은 고독이라니 엄청난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한 조각만 포장해 주시겠어요? 아주 잠깐이라도 모든 걸 잊고 고독할 틈을 갖는다면 그걸로 올 겨울은 안심하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쩐지 손님의 의상이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디자이너셨군요! 주로 코트를 디자인하시나 봅니다.”
“네. 여름에도, 봄에도, 가을에도 두꺼운 겨울 코트를 만듭니다. 언제나 끔찍한 추위의 두께를 생각하지요. 얼어붙은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을요. 휴우 …….”
"그런데 손님, 머리부터 발까지 온통 검은색이시네요. 검은색을 좋아하시나 봐요."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겨울 코트가 있어요. 물론 제가 만들었지요. 하지만 영영 주인을 만날 수 없는 코트가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 그 코트를 단풍산에 묻고 왔거든요."
"묻고 왔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요 손님? 장례를 하신 건가요?"
"네. 무덤 같은 곳은 아니지만요. 미움과 같이 묻어 버렸어요. 그래도 가을이라 참 다행이죠. 너무 추워지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손님,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지쳐 보이시네요. 괜찮으시다면 지금 여기서 코트라미수 한 조각을 드시고 가는 건 어떨까요? 멋진 가을 코트를 입으셨는걸요. 빳빳한 코트의 깃을 세워 목을 가리고,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가을바람을 한번 느껴 보세요. 저희 가을 전문점 테라스가 아주 운치 있답니다. 제가 특별히 아끼는 은행나무 접시를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먹고 갈 생각을 왜 못 했을까요. 사실 지금 너무 배가 고프네요. 칠흑 같은 에스프레소도 한잔 부탁드려요. 한 번쯤은 미친 듯이 고독해 볼까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독의 코트라미수와 칠흑 같은 에스프레소,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계산해 주시고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이름이?”
“웅 크림입니다.”
“웅 크림 님 기다려 주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