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문점 7

가을 도시락 만들기 포스터

by 도윤경

“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저······ 가을 전문점 안에 포스터를 한 장 붙이러 왔는데 괜찮을까요?”


“죄송하지만 그건 좀 곤란한데요. 이미 여긴 가을의 벽 장식이 다 끝나 버려서요.”


“아, 그런가요? 휴, 할 수 없네요. 더 많은 가을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잠깐만요! 더 많은 가을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포스터란 말씀이신가요?”


“네. 가을 도시락 만들기 포스터랍니다. 이번 달에 가을 운동회가 개최될 예정이에요. 이 운동회에 참가하려면 반드시 풍요로운 가을 도시락을 싸야만 한다고요. 가을 냄새가 킁킁, 진동할 겁니다!”


“가을 도시락을 싸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네! 이 포스터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답니다.”


“그렇다면 이건 아주 중요한 가을 포스터 같은데요.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 포스터를 붙일 곳이 있는지 제가 한번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아, 이걸 어쩌죠. 부지런한 사장님 덕분에 단 하나의 빈틈도 없이 가을의 벽이 꽉 채워졌네요.”


“역시 제가 좀 늦었나 봐요. 가을이 시작하기 전에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가을의 입소문을 내는 겁니다! 가을바람이 홀가분하게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걸 혹시 보셨나요? 날렵한 가을바람의 자태라면 그 어떤 소문이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가져오신 포스터를 저에게 주신다면, 가을바람에게 입소문의 무게를 실어 보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제가 먼저 포스터의 내용을 달달 외워야 하겠네요. 뭐 물론, 가을을 위한 암기는 자신 있습니다! 하하하"


“점장님 아이디어가 너무 신박하십니다! 가을의 입소문이라니. 감히 상상도 못 해본걸요. 대 찬성입니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네. 말씀해보세요.”


“가을의 입소문에 한 가지만 더 실어 주실 수 있을까요? 도도를 찾고 있다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


“실례지만 도도가 누구신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가을의 포스터를 제작하는 사람이에요. 가을에 관한 거라면 그 무엇이든 알아내기 위해 어디라도 억척스럽게 돌아다니며 살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무더위가 시들어가던 여름의 끝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지 뭐예요? 그런데요. 참 이상했어요. 전화 속 목소리가 몹시 신비롭다고나 할까요?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마치 이 세상에 없는 소리처럼 말이지요. 여하튼, 다짜고짜 잃어버린 걸 찾게 도와달라는 거예요. 제가 제작하는 가을 포스터 한 귀퉁이에 딱 이렇게 써달라고요. (도도를 찾고 있어.있어.있어.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있어.있어. 포기하지 않을게.을게.을게.)


“마치 메아리처럼 들리는데요? 하······그거 참 흥미진진하네요? 그게 끝인가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실례지만 전화를 주신 당신은 누구신가요? 하고요. 그러자 그분은 5초간 침묵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가을 운동회에서 저를 곧 만날 겁니다.라고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도도를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도도는 누구일까요. 혹시 잃어버린 고양이?”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건 왜 저를 가을 운동회에서 만난다고 했을까 그거예요. 여하튼 이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미치겠어요. 점장님께서 좀 도와주시겠어요?”


“네! 저에게 맡겨 주세요. 오늘 중으로 가을의 포스터와 가을의 수수께끼 입소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 생각지 않게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네요. 저, 그런데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네. 미스 태리라고 불러주세요.”


“미스 태리 님 포스터는 일단 잘 보관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다음 손님!”